어제 저는 인생 처음으로 실신을 경험했습니다.
4시간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친구와 3시간 동안 캐치볼을 했었는데요. 돌아와서 간단한 식사를 마친 후에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그 사이에 아내와 아이들은 밖에 나갔습니다.
잠시 자고 일어나서 배가 아파 화장실로 갔는데요. 조금 오래 앉아 있었는지 다리가 저리더군요. 그래서 허리를 숙여 일어나려는 순간, 마치 암막커튼이 제 눈앞을 가리듯 시야가 새까매지기 시작하더군요. 공포심이 들려고 하던 찰나의 마지막 기억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 개념도 애매할 정도로 아득함을 느끼고 있던 때 '쓱싹쓱싹'하는 소리가 제 귀에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소리지?' 하는 그 순간!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며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더군요.
'쓱싹쓱싹...'
이 소리는 제가 정신이 돌아와도 계속 들렸습니다. 감각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자 억누르던 공포감이 마구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얼굴이 화장실 바닥에 대고 계속 비벼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 경련이었나 봅니다.)
그 쓱싹거리던 소리의 출처가 밝혀지자마자 온몸에 감각이 돌아와 벌떡 일어나 거울을 쳐다봤습니다. 코와 미간 사이에 큰 흉터가 생겼고 그 틈으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급하게 휴지로 틀어막고 피가 흥건한 바닥을 닦아냈습니다. 그리곤 밖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지혈을 하는 동안 아내는 급하게 집으로 왔습니다.
아이들은 집에 놔둔 채 둘이서 부랴부랴 근처 병원에 갔습니다. 그저 외상에 대한 응급 처치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의사는 실신을 했다는 말에 난색을 표하며 옆 도시 대학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병원에서 나와 20~30여 분을 달려 대학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혈압을 재고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 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파상풍 예방접종과 채혈 후 수액을 맞았습니다. 이후 CT촬영과 X레이 촬영을 마친 후 자리에 누웠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의사 선생님이 오더군요.
"더 자세한 검사는 MRI를 해봐야 알겠지만 오늘은 검사가 힘들고요. CT 결과 머리 쪽에는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아마도 미주신경성 실신 같아 보입니다."
유튜브로 검색해 보니 이런 증상을 겪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보였습니다. 수면부족, 혈압, 스트레스, 장시간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경우, 뜨거운 물로 샤워할 때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저는 이런 실신을 처음 겪었던 거였죠.
안정을 취한 후에 얼마 안 있어 혈액검사 결과도 수치가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는 병원을 나왔습니다. 코 쪽에 난 상처는 봉합이 필요한데 성형외과에서 하는 거라 다음 날 오라고 하더군요. 일단은 응급처치만 받고 나왔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연락해서 월요일엔 연차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쉽사리 잠은 오질 않더군요. 여러 책과 미디어를 접하며 죽음에 대해 어느 정도 덤덤한 기분을 유지하고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쓰러져보니 엄청난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삶의 끈을 꽉 잡으려는 생각보다는 언제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두려웠던 것이죠. 내 눈앞의 세상은 언제든 검은 암막커튼으로 가려진 뒤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많은 애를 썼습니다.
그렇게 푸닥거리를 하고 난 뒤에 제 마음은 심란했는데 제 몸은 속절없이 먹을 것을 찾더군요. 짜장면이나 해물찜이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에서 햄버거를 간절히 찾길래 저 역시 어쩔 수 없이 같은 메뉴를 골랐습니다.
오랜만에 아픈 사람 먹고 싶은 거 좀 사주지...
미주신경성 실신은 누구에게나 랜덤으로 생길 수 있다는 글을 봤습니다. 제가 걱정돼서 연락 오는 친구들에게 저는 오히려 걔들 보고 몸관리 잘하라고 잔소리했습니다.
내 몸 하나 망가지는 것도 무섭지만 그보다 내 눈앞에 있는 처자식이 나로 인해 망가지는 게 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건강할 때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