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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Mar 31. 2024

42살에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

어느덧 장사를 접고 회사를 다닌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네요. 사업자등록을 내고 내 가게를 꾸려나가다가 규칙적인 출퇴근에 식사와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주는 회사에 다니니 뭔가 기분이 묘했습니다. 장단점은 확실히 보였지만 아직까지는 잘 적응해 가려 노력 중입니다.


사장님 소리를 듣다가 다시 직원으로 돌아가니 몇몇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쉽게 적응하기 힘들 텐데 괜찮냐고 하더군요. 저는 덤덤하게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저 이렇게 중얼거렸죠.


"아, 이것이 인생의 굴곡이구나. 다음에 올 기회를 더 잘 잡기 위해 수련을 하는 기간이다."


주변에 진짜 친구들만 남게 되어 오히려 이런 시기도 필요한가 싶기도 하네요. 오늘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회사 일과 관련된 저의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나서 다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일을 대하는 태도는 사회 초년생일 때와는 사뭇 달라져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합니다. '내 회사라 생각하고 일을 하자'는 마인드는 아니지만 '고용주가 나한테 주는 월급의 최소 3~4배의 책임감은 가지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장사를 하면서 직원 채용을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략 4배의 매출 증가 퍼포먼스는 있어야 함을 몸소 체험했던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직원을 채용한 이후에 나가는 돈은 급여뿐만이 아니라는 사실, 이는 제가 회사에 들어갔더라도 고용주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네요. 


그래서 이게 내 회사다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더라도 받는 돈의 3~4배의 값어치는 하는 게 고용인과 피고용인간의 공정한 거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실력은 그대로지만 받는 급여에 만족하지 못해서 '회사 급여와 복지에 실망이다. 번 만큼만 일할 거다'라는 직장동료는 결국 자신만의 기술이 없다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사례를 숱하게 많이 봐왔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


저는 해당 분야에 지식도 기술도 없이 들어와서 모든 걸 처음부터 배우는 신세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입사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잡일뿐이었는데요. 젊고 기술 좋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려면 조금 더 성실하게 움직이고 꾸준히 출근하며 하나씩 배워나가야 했습니다. 몰랐던 분야라 혼자서 유튜브로 강의도 듣고 말이죠.(정말 유튜브에는 그리고 구글에는 제가 찾는 모든 것들이 다 있어서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랬던 저에게 입사 두 달째가 되던 날 공장장님이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더군요. 승진이라고, 급여도 오를 거라고요... 저는 덤덤했습니다. 나이 40 넘어서 직책이나 야망 따위는 맘 속에 사라진 지는 오래였지만 그와는 별개로 저 스스로 열심히 회사일을 했다고 자부는 했기에 그렇게 빨리 승진은 될 거라 대충 짐작은 했기 때문이었죠. 


지금은 하루하루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이 출근을 하고 열심히 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합니다. 대신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습니다. 머리카락이 풍성해진 것만 봐도 알겠더라고요.


앞으로의 목표를 설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더 이상 목표를 가지고 움직일 만큼 제 가슴은 뜨겁지가 않더라고요. 아이들의 재롱도 봐야 하고 마누라의 방귀소리도 들어주고 놀려야 합니다. 한 번 쓰러진 적이 있으니까 그냥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도, 언젠가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인생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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