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동안 몸살과 기관지염으로 고생을 좀 해서 몸에 기운도 많이 빠지고 아무 의욕도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을러지더군요.
퇴근 후 집에 와서는 공부하는 아이들 옆에 달라붙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번 주에는 그냥 씻자마자 소파와 한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손은 TV리모컨을 쥐고 있었네요.
한동안 TV와는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엄청난 양의 컨텐츠들이 화면 속에서 어지럽게 쌓여있었습니다. 마치 수산 시장 아지매들처럼 자신의 가게로 오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아지매들 손에 이끌려 가게로 빨려 들어가듯 컨텐츠들을 클릭했습니다.
가만히 소파에 누워서 최근에 시작한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정주행 해보니 아내가 왜 드라마에 빠져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잘 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나와서 열연을 펼치고 사람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데 어찌 안 빠질 수 있겠습니까?
저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던 것에서 벗어나 한동안 게으르게 지내다 보니 몸은 어느새 활력을 되찾았습니다.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고 잠도 많이 잤습니다.
잠시나마 피웠던 게으름 덕분에 몸과 마음이 회복이 되다니 부지런해야 한다는 인생의 신념이 약간 부정당한 느낌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나마 나이가 드니 게으름이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8시간 넘게 자면 허리가 아파 더 이상 잘 수가 없습니다. 누워서 TV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으름도 젊고 체력이 좋아야 피울 수 있는 특권이었나 봅니다.
대신 게으름뱅이가 아닌 적당히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몸이 된 덕분에 이제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아플 때는 맘 편하게 게으름을 피워볼까 합니다. 내향인 재질인 저로서는 사람들과의 관계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약간의 게으름으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인가 봅니다. 올바른 방법인지 아닌지는 제가 학자가 아니라 모르겠지만 심신을 재충전하는 용도로 말이죠.
이제는 아프면 눕고 힘들 땐 쉬어가는 삶을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