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천국과 지옥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죽음을 앞둔 어떤 이에게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먼저 지옥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는 지옥이 온갖 고통으로 가득한 불구덩이라고 여겼지만 그곳은 세상 맛있는 음식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숟가락이 아주 깁니다. 사람들은 그 기다란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기 위해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려 아등바등거렸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신은 다음으로 천국에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지옥과 똑같은 장소네요. 숟가락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길이입니다. 여기가 왜 천국일까요? 사람들은 그 기다란 숟가락으로 서로 떠먹여 주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으면 되지 않나라는 원초적인 생각도 해봤습니다.)

다들 아시는 이야기일 겁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자신의 행동이 어떠냐에 따라 이 세상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것들의 존재를 딱히 믿는 것은 아니라서 '천국'을 '행복'으로, '지옥'을 '불행'으로 단어를 바꿔보니 좀 더 이해가 쉬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단군이래 가장 살기 좋은 시대라고 말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헬조선이라 말합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걸까요? 사실, 옳은지 그른지는 객관적일 수가 없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반대로 불행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 천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갚을 빚이 많다고? 

그렇다면 그것은 경제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원동력이다.

많은 일 때문에 몸이 피곤하다고?

아직 나는 쓸만한 놈이다. 고된 일은 불면증 치료제다. 고독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어딘가에 몰두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내 아이들이 자꾸 나한테 장난치고 책도 못 읽게 한다고?

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장난을 친다는 건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아내가 잔소리를 한다고?

사랑하지 않으면 관심조차 가지 않는다. 잔소리는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이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정신승리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주어진 환경은 그다지 잘날 것도 없고 어찌 보면 고난의 연속일 수도 있는 인생입니다. 하지만 가족부터 빚, 삶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바꿔보니 세상은 생각보다 살만한 가치가 많은 것이 보이더군요. 

어찌 보면 주변 사람들에 비해 참 보잘것없는 몸뚱이지만 사지 멀쩡한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손가락 열 개가 고스란히 붙어있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작은 사실조차 감사하게 되었네요. 통풍이 안 되는 작업 환경 때문에 무좀으로 고생하는 발이지만 하루에 몇 킬로미터는 거뜬히 걸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고요.

힘들어도 내 옆에 있어주고 지켜봐 주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요. 그냥 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각자의 눈앞에 보이는 천국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