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을 마신 뒤의 해장은 치즈버거 아니면 치즈피자로 했었습니다. 어떤 음식이 해장이 잘 되는지 모르던 시절부터 들인 버릇이었는데요. 이제는 더 이상 치즈버거로는 해장이 되지 않더군요. 국물이 필요한 나이가 된 것일까요?
가끔 아버지 혹은 장인어른과 식사를 할 때면 그분들은 국물이 있어야 식사를 하시는데 놀랄만한 사실은 젊은 시절에는 국물이 들어간 음식은 아예 드시지 않으셨다는 점입니다. 나이가 들면 국물 있는 음식이 당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단순하게 소화력 때문이지 않을까 혼자서 결론을 내버렸습니다. 이미 제가 그걸 겪고 있기 때문이죠.
5-6년 전부터는 술 마시는 빈도와 양을 줄여나가고 있었는데요. 해장력마저 현저히 떨어진 지금, 가족 행사나 장모님께서 모처럼 술 마시자고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면 술은 잘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설령 먹게 되더라도 다음날 국물 있는 음식을 챙겨 먹게 됐고요. 이젠 뼈다귀 해장국이나 시래기국, 콩나물국이 치즈버거 자리를 대신하게 됐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학 동창들과 남해에서 1박 2일로 가족들끼리 모여 재미나게 놀고 밤에는 술도 마셨습니다. 모처럼 과음을 했었는데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장차 들렀던 곳은 맥도날드가 아닌 국도변 휴게소에 위치한 소머리 국밥집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도 바뀌고 몸이 바뀌는 만큼 먹는 취향도 바뀌게 되나 봅니다. 어릴 때는 매일 치즈 버거를 먹을 수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제는 국물이 있어야 밥이 넘어가니 말입니다.
'나는 원래 이런 스타일이야', '너는 원래부터 이랬잖아!'라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의미 없는 말인지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고 나 역시 사람인지라 변하죠. 노래 가사에도 있는 내용입니다.
몸과 마음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기에 치즈버거에서 해장국으로 바뀐 저의 해장 스타일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도 아집을 버리고 조금 더 유연하게 가져봐야겠습니다. 내가 가진 고정관념이 불변이라는 편견대신 지금 내 몸과 마음에 맞는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