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살림을 맡고 계시는 실장님(사장님 아내 분)이 거대한 새 차를 한 대 끌고 왔습니다. 벤츠더군요. GLS 450이라는 거대한 SUV였습니다. 10년 가까이 카니발을 끌고 다니다가 큰 맘먹고 질렀다고 말하는 실장님의 눈에는 뭔가 성취감 같은 게 보였습니다.
공장장님과 저는 일하다 말고 이 거대한 차를 미친 듯이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자동차 자체를 좋아하는 데다 이 차가 워낙에 고가의 차이기도 했고 꿈에 그리며 타보고 싶던 차이기도 해서 이리보고 저리 보며 신기해했죠.
사업을 일구고 번창시키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동안 사업주가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것을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물론 직원들에게도 적당하고 정당하고 고른 분배가 이뤄지는 것도 필요하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사장님이 뽑은 이 새 차를 부러운 마음 반, 축하의 마음 반이 섞인 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차를 아끼는지 뭘 하는지 다시 카니발을 타고 출퇴근을 하더군요. 연말 회식 때, 저는 사장님과 술잔을 기울이며 새 차 아껴서 뭐 하냐고, 좀 자주 회사에 타고 와서 보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사장님은 웃으면서 이유를 물어보더군요. 제 꿈의 차라고, 저는 목표나 꿈이 눈에 보이는 가까운 곳에 있으면 이뤄지는 것도 빠르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차가 목표라기보다는 인생의 목표를 이루고 그 보상으로 얻게 될 그 무언가 중의 하나가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닌 현실적으로 내가 쟁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사장님도 빈 손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회사를 키워온 분이기에 제 마음을 잘 아셨는지 그냥 슬쩍 미소를 짓더군요. 그러면서 경고를 받았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언젠가 찾아올 거고, 앞으로 더 잘해줄 거니까 혹시 어디라도 딴 맘먹고 빠져나갈 생각하지 마라고...
그리고 얼마 전, 저는 입사 1년 만에 늦깎이 신입사원에서 대리를 거쳐 과장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생소한 분야에서 불혹을 넘긴 나이에 신입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던 만큼 그 과정은 약간은 힘들고 버거웠죠.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되니 승진을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받게 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회사 앞에 주차되어 있는 커다란 벤츠가, 누군가에게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겠지만 제게는 꼭 갖고 싶은 꿈의 차입니다. 누군가가 노력해서 얻게 된 결과가 매일 눈에 보인다면 저 역시 노력하면 뭐라도 얻게 되겠죠? 걍생살기로 했는데 그 중간에 노력을 조금씩 넣으면서 살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