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요일에 아내와 아이들과 밖에서 신나게 놀고 집 앞 대패 삼겹살 집에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대패 한 판 3만 원, 껍데기 1만 5천 원, 맥주 4,500원, 생삼겹 1인분 추가 1만 1천 원, 공깃밥 3개 4,500원, 냉면 7천 원... 합치니까 7만 2천 원이 나오더군요.
대패 삼겹살 집이라 얕보고 내가 쿨하게 쏜다고 했는데 카드를 건네는 손은 덜덜 떨렸습니다. 나오면서 아내가 의심스러웠는지 영수증을 보면서 하나하나 계산해 보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더군요. 본인이 추가로 시킨 돼지 껍데기와 생삽겹 1인분의 비중이 컸단 걸 아는 순간 말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새삼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게 느껴졌고, 제가 이런 거 하나 사주는데 손이 떨릴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나 싶기도 했고, 고기를 추가 주문한 일로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는 아내가 안쓰럽게 여겨졌습니다.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들이 많지만 아이 둘을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많은 걸 포기하며 사는데도 아이들에게 못해준 게 더 많은 것 같은, 안 해도 되는 죄책감을 느꼈던 하루였고 그걸 잊어버리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일요일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