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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연간회원권

by 김주원

몇 달 전, 아내가 놀이공원(경주월드) 연간 회원권을 저렴하게 구입했다며 뿌듯해하더군요. 4인 가족 기준으로 40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는데요. 아무리 저렴하게 구입을 했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 금액이 너무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형편에 무슨 놀이공원을 연간 회원권으로 구입했냐며 아내에게 핀잔을 줬습니다. 1년에 몇 번을 갈 지도 알 수도 없었고 말이죠. 하지만 바로 그다음 내뱉는 아내의 말에 저는 그냥 한마디만 하고 바로 입을 다물었습니다.


"내돈내산이다. 그럼 오빠 것만 환불한다?"


"(...) 1년 동안 열심히 다녀보자."


본전을 뽑으려면 최소 세 번 이상은 가야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벌써 네 번이나 다녀왔네요. 그리고 매번 갈 때마다 우리 가족 중에 제가 가장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사는 곳에서 경주까지는 대략 한 시간 남짓한 거리, 웬만한 놀이기구는 웨이팅이 짧고 롤러코스터에 진심이고 동선이 짧은 것들 때문에 경주 월드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아내의 이런 소비 결단에는 반기를 들었지만 결국 가장 많이 즐기는 건 저라서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된 거 놀이공원에서 스트레스나 잘 풀고 와서 다가오는 일상생활을 즐겁게 맞이하라는 아내의 배려로 받아들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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