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을 바꾸리라, 어떻게?
장사를 시작한 이후로 하루의 대부분을 가게에서 생활하게 됐다. 어림잡아도 하루 24시간 중에 14시간이나 되는 것 같다. 남은 시간에는 잠도 자야 되고 아이들 재롱도 보고 아내와 대화도 나누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해야 했다. 과연 내가 남은 시간을 쪼개서 잘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최대한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은 한다.
장사 초기에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돈 버는 것에만 몰두한 것이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게로 출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집을 나서는데, 웬일로 일찍 일어난 첫째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빠, 오늘도 불 꺼지면 집에 와?"
아직 해가 지고 저녁이 된다는 표현을 몰라서 불 꺼지면 집에 오냐는 다섯 살짜리 요 녀석의 물음에 출근하려던 나는 눈시울을 붉혔다. 왜 그랬는지 당시 감정으로는 잘 파악이 안 됐지만 첫째 아이를 꼭 껴안아주고 나는 가게로 향했다.
온 생각을 가게에만 집중한 것이 나쁜 건 아니었다. 장사는 그야말로 생존게임이고 전쟁이기 때문에 신경을 한 데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집으로 와서도 이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아이들을 보고 있을 때도, 아내와 대화를 할 때도 내 신경은 가게를 향해 있었다.
뭔가 서먹한 기운이 집안에 감돌았다.
아이는 나와 같이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았고 아내도 더 이상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뭔가 중요한 것이 내 안에서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려고 장사를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나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문제는 알겠는데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던 중 과거에 전공 교수님께서 꼭 읽어보라고 하신 책이 기억났다.
"The Goal"
제약조건 이론을 알기 쉽게 소설화하여 나온 책인데 사실 이걸 설명하려면 엄청난 지문을 할애해야 하므로 내용은 생략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문제 해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소설에 나오는 내용은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병목구간을 해소하고 원활한 생산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인생을 살면서 뜻하기 않게 막히게 되는 순간순간이 모두 병목구간이라 한다면 이 이론은 우리 삶에도 적용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삶에도 병목구간이 어느 순간 나타나서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것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은 결국 자신이다. 이 책의 내용을 더듬어 기억해 내면서 나는 내 앞에 놓여있는 문제점들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방법을 모르기에 우선은 매 순간순간 내 눈 앞의 시간들에 집중을 했다. 일 할 때는 일만 생각하고, 집에 와서는 시간이 짧더라도 최대한 주어진 시간에 아이들과 아내에게 집중했다. 이 글을 읽게 될 아내는 코웃음 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 순간순간을 집중하다 보니 잡생각이 많이 없어졌다. 그리고 내가 이 점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회한이 밀려왔다. 모르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지식에 대한 목마름도 이때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목마름을 채워줄 도구는 당연히 책이다. 책 읽기 좋고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었던 대학생 시절에는 술 마시고 놀기 바빴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바쁜 지금 시기에 책에 대한 열망이 샘솟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지금이 바로 책을 가까이하기 좋은 시기일 수도 있겠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들을 모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는 책 속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인생의 병목구간을 해소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지루한 것도 있었고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아직 책에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쉬운 책부터 읽어나갔다. 당장 가게 운영에 필요한 경영과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재미 삼아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마음에 들면 사서 다시 봤다. 어느 정도 독서량이 많아지자 목적에 따른 독서가 가능해졌다.
큰 틀에서 네 가지의 목적으로 나눠서 책을 고르게 됐는데 첫 번째 목적은 동기부여이다. 나는 내가 게으르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열등감이 있는 것도 인정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나를 채찍질해 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같이 쉽게 읽히면서도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주는 책들을 찾아서 읽는다.
두 번째는 테크닉에 관한 목적이다.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그것은 마케팅이 될 수도 있고, 프로그래밍 언어가 될 수도 있으며, 경영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가게를 운영해 나가면서 발전을 도모하고 가정에서 훌륭한 아빠이자 남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들에 관한 것들을 찾아 읽는다. 요즘은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세 번째는 인문학적 소양에 관한 목적이다. 삶의 근본적인 이유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아무런 기준도 갖고 있지 않다면 아무 의미 없이 돈만 벌다가 이 삶을 마감해야 하는 불행을 맛보게 될 것 같아서 인문학 입문자에게 맞고 읽기에 어렵지 않은 책들을 골라 읽는다. 인문학적 지식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나에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시리즈는 교양과 인문학의 큰 틀을 어느 정도 체감하기에 좋은 책이었다. 거기서 큰 가닥을 잡고 관심 있는 사상이나 종교, 철학에 하나씩 파고 들어가 볼 생각이다.
네 번째는 유희에 관한 목적이다. 책을 지식 축적으로만 여긴다면 너무나 지루하다. 그리고 금방 지치게 될 것이 뻔하다. 이럴 때 기분 전환 겸해서 볼 수 있는 책들도 큰 도움이 된다. 나는 만화책을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 본 것을 아직도 반복해서 보고 있다. 열혈강호, 용비불패, 키드갱,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만화를 좋아한다.
이렇게 목적에 맞게 독서를 하면서 내가 느끼고 싶어 하는 경지가 있다. 바로 모든 지식이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다. 늦은 나이에 이제야 독서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기에 아직은 축적의 단계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누군가 얘기한 '모든 지식은 하나로 연결된다.'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 궁금하다.
독서로 인해 아직 내 삶이 당장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급격하게 바뀌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부와 명예 이런 걸 다 떠나서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어떤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맞는 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당장 눈 앞에 직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시작한 독서는 어느새 내 남은 삶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가치 추구를 위한 도우미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