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당을 차리게 되면 내가 원하는 건 다 해 먹을 수 있을 거라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식당 개업을 하자마자 산산이 깨졌다. 개업 전, 메뉴 개발을 하면서 초밥, 덮밥, 기본 육수 모두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먹고, 버리고, 새로 만들기를 반복하는 동안, 너무 질려버린 탓인지 아예 그 음식들이 쳐다보기도 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생한 만큼 실력은 향상되었을 진 모르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여러 가지를 내 가슴속에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살면서 사랑하는 사이끼리도 이해하지 못했던 말인 '사랑하지만 떠나보낸다'는 말을 음식을 통해서 느꼈다.
그러다 보니 점심 장사를 마치고 난 뒤 찾아오는 식사시간은 정말 고역이었다. 초반에는 가게 음식을 먹었는데 내 몸에서 받아주질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처 식당을 찾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식당 밥도 한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패스트푸드도 사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게 음식, 근처 식당, 패스트푸드 로테이션을 돌면서 점심 식사를 해 나갔다.
식당 사업 관련 콘텐츠나 책을 보면 이런 것 또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해서 말리고 있는데 사실 그게 쉽지가 않다. 정말로 메뉴 레시피 개발 과정에서 질릴 정도로 먹게 된다면 몸에서 거부반응까지 오게 될 것이다. 난 음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크다고 자부하지만 점심 장사로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는 솔직히 남이 해주는 음식이 제일이었다.
식당을 하면서 내가 먹을 음식 메뉴를 매일 고민해야 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을 거는 곳도 많아져서 막상 사 먹으러 나가보면 오후 3시쯤엔, 영업을 하는 식당을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밑반찬과 가게 음식을 같이 놓고 먹는다. 아무리 일식을 좋아해서 이런 식당을 운영한다지만 찌개랑 김치와 함께 먹는 밥이 제일 안 질리는 것 같다. 안 가리고 다 잘 먹지만 이럴 땐 한식을 찾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입맛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