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짜리 꼬마 손님에게도 허리 숙여 인사할 수 있을까?
음식 장사는 뭐가 제일 중요할까? 사실 어느 하나 허투루 생각해서는 안 되는 요인들이 많다. 맛은 기본이 돼야 하고, 위생, 정리정돈, 입지 선정 능력, 세무 지식, 고객에 대한 친절... 그리고 그 외 여기에 언급 안 한 것 중에도 중요한 것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중 친절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내가 식당 장사를 한다고 했을 때 갸우뚱하거나 말렸던 이유가 나의 심상치 않은 인상과 무뚝뚝한 성격이 (불경기에 회사 그만두고 장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한 몫했다. 아마도 가까운 친구들은 '얘가 과연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을 것이다.
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점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장사를 할 때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평상시에는 가족과도 쭈뼛거리며 말도 잘하지 않지만 막상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하게 되면 완전히 다른 나로 바뀐다.
장사 초기에는 손님을 향해 항상 웃고 인사만 잘하면 그게 친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왕초보인 나도 꼴에 장사 좀 했다고 몇 년이 지나니까 친절에 대한 가치 기준이 조금 더 확대되었다. 이제는 단골손님들의 취향을 어지간하면 거의 다 외우고 있고, 주방에서 조리를 하면서도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의 표정을 읽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손님이 짓고 있는 저 표정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엇을 원하는 걸까?
왜 저렇게 표정이 안 좋지? 음식 맛이 별로인가?
꼬맹이가 참 맛있게도 먹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면서 손님의 반응에 신경이 쓰였다. 내가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려야 했기 때문이다.
예전 글에도 언급을 했지만 나는 장사를 무리해서 하지 않는다. 먹고 살만큼 한다. 나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사를 하는 그 시간, 손님이 내 가게에 있는 그 시간 동안에는 최대한 가게 일과 손님에 집중한다. 아니, 해야만 한다. 장사가 매일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입소문 한 번 이상하게 나서 하루아침에 손님이 뚝 끊길 수도 있는 게 이 바닥이니까 말이다.
근처 동네에 직장을 은퇴하고 식당을 차리신 것 같은 나이 지긋해 보이는 분이 계셨는데 계산하고 나가는 어린아이에게도 허리 숙여 공손하게 배웅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참 느낀 게 많았다. 나 역시 그렇게 하겠지만 나이 드신 분께서 그러기는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진정 장사에 대한 마음가짐을 그 모습 하나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사업수완, 장사 수완이 있는 사람은 있는 것 같다. 그들과 비교하면 나만 처량해진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그런 타고난 장사꾼들과 비벼볼 능력은 안될지라도(그럴 생각도 없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맛과 친절, 위생만 잘 신경 써도 나 먹고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웃으며 들어오시는 손님, 나갈 때도 웃으며 나가시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