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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Jul 15. 2020

식당과 아이돌

공통점을 찾아보자.

 학창 시절 열렬하게 헤비메탈과 펑크락을 즐겨 듣던 나는, 어느덧 나이 40을 바라보면서 아내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요즘은 아이돌 음악을 주로 듣는다. 어느 한 그룹을 좋아한다고 특정할 수는 없다. CD나 테이프가 아닌 스트리밍으로 듣게 되는 요즘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실시간 차트 100위 안에 진입해 있는 곡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그 100위 안에 있는 곡들은 웬만하면 거의 아이돌 노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아이돌 음악을 들을 수밖에...


출처 - pixabay.com


 예전 어린 시절 같았으면 음악에도 자신의 철학이 녹아 있어야 되고, 밴드 음악이 짱이고, 소속사의 철저한 시스템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돌 그룹은 단지 그들 우두머리의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었다. 철저한 중2병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조차 삐뚤어진 시절이었다. 정작 학창 시절 입에서 제일 많이 흥얼거렸던 음악은 젝키의 '커플'이었고, 직장 다닐 때 휘파람 불면서 내뱉던 허밍은 '트러블메이커'였으면서...


BTS, 출처 - 디스패치

 

 아이돌이 어떻게 결성되고 만들어지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가에 대해서는 아예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아이돌이라는 상품을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데, 인스턴트 커피로 치면 그저 '예전의 맥심이 카누로 업그레이드됐구나!' 하고 알게 되는 정도랄까.


 본 글과 아무 상관없는 서론이 길어졌지만 아이돌과 식당의 공통점을 언급하기에 앞서 내가 펑크 키드였다는 점과 지금은 아이돌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점을 계속 염두에 두고자 한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이따금씩 조화라는 단어를 계속 되뇌게 된다. 사장과 직원과의 조화, 음식 맛과 인테리어의 조화, 가게와 주변 상권의 조화, 나와 손님과의 조화 등... 뭔가 이러한 여러 가지 조합들과 어우러지면서 가게가 생동감 있게 커 나가는 모습이 보이면서부터다.


 그런데 이 조화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상대가 바로 아이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식당과 아이돌의 공통점을 찾아보기가 시작되었다.


 1. 역할


 아이돌 그룹은 멤버별로 맡은 파트가 각각 있다. 비주얼, 메인 보컬, 서브 보컬, 춤, 예능을 각자의 능력에 맞게 세분화되어 캐릭터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각자의 개성이 팀에 잘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게 된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주방, 홀, 카운터 각각의 위치에 따라 해야 하는 역할이 정해져 있다. 어느 하나라도 원활하지 않으면 가게 전체가 마비된다.


2. 소속사


 아이돌 그룹은 각자 소속사가 있다. SM, JYP, YG 정도면 모두들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급이고 FNC나 큐브도 알아주는 연예기획사다. 이러한 메이저 기획사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마케팅, 트레이닝, 기획, 서비스, 언론홍보 등 모든 부문에서 탑이다. 식당으로 따지면 메이저 프랜차이즈다. 그에 반해 길거리에서 혹은 야외무대에서 버스킹을 하며 언제 이뤄질지 모를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아이들도 있다. 식당으로 따지자면 바로 우리 가게다.


3. 사건, 사고


 아이돌 그룹의 멤버 중 한 명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발생된다면 그 팀은 웬만한 철옹성 같은 슈퍼스타가 아니고서야 여론의 뭇매와 인기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팀 해체까지 가게 된다. 이미지 관리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한 번 썼던 재료를 다시 다른 손님에게 내가다 들켜서 가게 이미지가 추락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양심과 도덕적인 잣대를 넘어 위생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사법처리까지 갈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음식 가지고는 절대 장난치면 안 된다. 그럼 아이돌은? 팬들 마음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


4. 장수하는 아이돌과 노포(오래 가게)

 그룹 신화는 현존하는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이다. 1998년도에 데뷔를 했으니까 햇수로 만 22년이 넘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이다. 그들이 팬클럽 신화창조와 함께 아웅다웅하며 나이 들어가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은 어떻게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그룹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신화와 관련된 검색을 하다 보면 그들은 결코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멤버들 사이에도 많은 다툼과 부침이 있었고 음악적으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서 팬들의 실망을 안겨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과정을 잘 극복해냈다. 서로 치고받으며 더 친해졌고, 실패한 곡으로 슬럼프도 겪었지만 보란 듯이 다음 노래로 대박을 터뜨려 재기했다. 그렇게 수많은 풍파를 겪으며 신화는 신화가 된 것이다.(유튜브로 댄스 리뷰를 본 적이 있는데 전진은 지금이 예전보다 더 춤을 잘 춘다고까지 함.)


 식당도 마찬가지다. 아니 똑같다. 오랜 부침을 겪고 위기를 맞이 하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며 굳건히 내실을 다지면서 버텨온 노포(오래 가게)는 단골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다. 비록 지금 시대에 정상의 위치는 아닐지언정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단골 가게 하나가 가게라는 의미를 넘어, 인생의 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4번 글을 쓰면서 과연 나는 어떤 식당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분명 실력은 형편없고,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그런 타입도 아닌, 그저 오늘 하루 벌면 그걸로 감사하는 하루살이 인생인데 지금 오픈한 지 3년 차가 되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장사를 생각보다 오래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서 나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이다.


 당연히 나는 아직 장사 초보이고 모르는 게 아는 것보다 더 많다. 그래서 '내가 갈 길은 오직 이거 하나야!'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내가 이 길을 가는데 대충 가지는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이돌과 장사를 비교하려다 이상한 길로 빠져버리는 글로, 오늘도 브런치 서버 낭비에 일조했다.

 이번 달, 부가세가 생각보다 많이 부과돼서 충격 먹고 막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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