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자) (2018)

25 x 38(cm) 캔버스, 유채

by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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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때문에 기존 전시도 다 취소가 되고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운이 좋게도 이제 곧 부산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돼서 규원이가 가지고 있는 기존 작품들의 이미지 노출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전시가 끝나는 대로 그림 설명서를 활성화해야겠다. 규원이 파이팅!!


위의 그림은 규원이가 여자 친구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그린 습작이다. 2년 전, 난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 일본에 잠깐 가 있던 중이었는데 규원이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연락을 카톡으로 보내왔었다. 깜짝 놀라서 같이 보내온 사진들을 보며 진심으로 축하를 해줬다.


규원이와는 내 가게를 셀프 인테리어 하는 동안 서로의 연애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뭔가 좀 짠한 면이 많았다. 그가 상대방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입장도 이해가 됐고, 설령 사귀더라도 그 끝은 항상 좋지 않아서였다. 괴팍하다거나 뭔가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 확신한다. 어렵게 말을 꺼내자면 그것은 아마도 그가 가진 불안정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내뱉을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우리의 감정이 10대, 20대 때에 비하면 많이도 무뎌지고 메말라 버린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쨌든 '의자'라는 작품은 그가 그녀와 헤어진 후에 그려낸 것이고 사귀던 시절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사물이자 공간인 의자에 집중해서 그려낸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인연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된 의자 깊숙한 곳은 둘만의 추억을 담은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왜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나가게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서로 사랑했던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을 규원이의 모습도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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