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블로그 글쓰기 중간점검
지난 4월 어느 날, 메일함을 열어보니 가슴 뛰는 메일 하나가 와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 내가? 왜? 작가 신청을 위해 부랴부랴 글 두 편을 써서 보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터라 축하 메일을 확인했을 때 긴가민가 했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고 글 같지도 않은 글을 이틀에 한 번씩 올리면서 글 쓰는 재미에 빠진 게 말이다. 두서없고 맥락 없는 글도 많았고 술 마시고 감정에 복받쳐 휘갈긴 글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쪽팔리는 글이라서 지울까도 했지만 놔뒀다. 흑역사도 내 소중한 추억이니까.
나는 글을 쓰는데 정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써서 올리게 되면서 뭔가 모를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못써도 알아봐 주는 분이 계시고 응원해 주시는 마음 착한 분들이 많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면서 한동안 안 하던 블로그에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올리는 건 일상적인 에피소드나 관찰을 담은 이야기라 대단히 사적이고 시시콜콜하다. 글 쓰는 걸 즐기기 위해, 그리고 쓰는 것에 최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외적으로는 변한 건 전혀 없다.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게 문을 열고 영업 준비를 하고 저녁 늦게 마쳐서 집에 오면 애들 재롱 잠깐 보다가 지쳐 쓰러지듯 잠이 드는 일상은 그대로다. 하지만 매일 글 쓰기를 통해서 나 스스로 내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블로그에 매일 올릴 글감을 찾기 위해 주변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습관이 생겼다. 삐걱거리는 선풍기 하나, 10년째 쓰고 있는 오래된 마우스 하나마저 내 글감이 된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내가 무심코 지나쳐온 모든 순간이 추억이 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짙게 남았다. 괜찮다. 지금부터라도 한 순간 한 순간을 놓치려 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다음으로 글을 쓰다 보니 내 머릿속에서 지식과 추억과 기억의 파편들이 디스크 조각모음 하듯이 정리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뭔가 해야 할 일이 쌓여있을 때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하는 행동에 우선순위를 매기게 됐고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안 하게 됐고, 고민이 많이 줄었다.
마지막으로 독서량이 늘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가진 지식의 밑천이 한없이 가볍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것이 글에 드러날 것 같아 두려워졌다. 내가 글을 쓸 때는 누구라도 읽기 쉽게 쓸거라 마음을 먹지만 다 쓰고 나서 훑어보면 전혀 문맥과 어울리지 않은 문장도 수두룩하고 어법도 맞지 않은 것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많이 알고, 쉽게 쓰자.
딱히 즐겨하는 취미라고는 타로카드 보는 것 밖에 없던 나는, 글 쓰기라는 취미가 하나 더 늘었다.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어느덧 3달이 다 돼간다. 나 스스로 글 쓰기 스킬이 성장했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앞으로 내가 이렇게 꾸준히 습관처럼 쓰게 된다면 나도 모르는 마법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가진 지식을 한데 모아 책으로 내고 싶은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