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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Jul 30. 2020

(식당을 운영하는) 나는 비흡연자입니다.

혹시 식당 장사하면서 담배 피우시나요?

 가끔 내 인상 때문에 담배 많이 피게 생겼다고 하는 분들이 내 인생 곳곳에 포진되어있다. 하지만 어릴 적 호기심에 잠깐 핀 것 말고는,


 단언컨대 나는 담배를 절대 피우지 않는다.


 왜 이 말을 하냐면 지금 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데 내가 가진 인상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는 이미지를 고객에게 심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다른 이유는 주변에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나 직원들이 가게 입구에 쉬러 나와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식당은 맛이 중요하다. 당연하다. 맛있어야 손님이 온다. 그리고 그다음은? 가게의 이미지다. 좋은 인테리어, 친절한 응대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어렵사리 구축해놓고 담배 하나로 그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담배를 끊기는 힘들다. 다 안다. 그래도 최소한 식당과 고객 간의 에티켓이라는 게 있다. 가게 입구에서 담배 피우고 가래침을 길가 아무 데나 뱉고난 뒤 손을 앞치마에 쓱 닦고 유유히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직원을 보게 된 순간 그 가게에 가고 싶어 지겠는가? 비위 좋은 나도 절대 그 가게 안 간다.


 게다가 손가락 사이에 베여있는 담배의 잔재는 물로 씻어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위생에 철저하게 대응한다면 담배 피우는 걸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과연 그렇게나 깔끔하게 유지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만약 업주가 비흡연자라면 담배 피우는 직원들의 위생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아니, 최소한 입구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손님들께 보이는 짓거리만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거 중, 고등학생 시절, 학교 근처 중국집에서 담배 피우는 주방장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10여 년 전, 첫 직장 생활할 때 직급이 높은 분들은 사무실 안에서 다 담배를 폈었다. 여담인데 내가 회사에 출근해서 이사님 자리에 재떨이를 비우고 키보드를 뒤집어서 키 사이에 끼인 담뱃재를 털어내는 게 담당 업무였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실내에서의 흡연은 지금 사회초년생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인 데다 식당일 하는 사람이 담배를 물고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본다면 식겁을 할 것이다.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쯤으로 여기겠지.


 이렇게 시대가 바뀜에 따라 식품 위생을 더욱 철저히 해도 부족한 이때에 사장이든 직원이든 누구 하나라도 가게 입구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사람은 아마 장사할 마음이 없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 며칠 전 책 사러 시내 나갔다가 어느 식당 입구에서 직원이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이렇게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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