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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Aug 03. 2020

장사 때문에 시간 없지만 잠깐이라도 해야 하는 것

햇볕 쬐기와 운동은 내 마음의 그늘마저 걷어내준다.

 장사가 잘 되는 시기에 기분은 항상 좋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해뜨기 전에 출근해서 해질 때 퇴근을 하는 동안 가게 밖으로 나오는 시간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뭔가 축 처진 느낌이 자주 들 때가 많다. 분명 장사가 잘 되고 손님들께 항상 웃는데도 말이다. 하긴, 그 웃음은 손님에게 향한 거지 나 자신을 향하진 않으니 그것 역시 에너지 소모라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런 내게 찾아온 증상은 바로 무기력증이었다. 어떻게 해야 이런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야 할지 전혀 몰랐다. 직장을 다니면서 느꼈던 매너리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모든 일이 손에 익어서 느꼈던 지루함 같은 거였다면 지금의 느낌은 뭔가 몸이 안 좋다고 보내는 신호 같았다.


 이것이 심해져서 우울증으로 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불규칙적인 식습관, 그로 인한 보상심리로 하게 되는 폭식, 조리할 때 구부정한 자세, 그다지 밝지 않은 실내조명 등, 내 몸 상태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경까지 정신적으로 나에게 학대를 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어느 맑은 날, 점심 장사를 끝내고 바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줄넘기를 했다. 

 잠깐 뛰었는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더워서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게 보였다. 장사 초창기에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복싱 체육관에서 신나게 샌드백 두드리고 줄넘기하면서 체력을 유지했는데 어느 순간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 빼먹기 시작하더니 결국 안나가게 된 것이다. 그때 이후로 갑자기 배가 나오고 몸은 구부정하게 돼버렸다. 


 아무튼 맑은 날, 오랜 만에 땀을 쫙 빼고 나니 한결 기분이 상쾌해졌다. 비록 체육관 다닐 때만큼의 횟수는 채우지 못했지만 실내에서 하는 운동과 밖에서 하는 운동의 느낌은 차이가 있었다. 밖에서 하는 운동이 조금 더 상쾌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게 내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는 게 놀라웠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실제로 햇볕을 쬐면 우울증 완화와 혈압 감소, 수면의 질 향상, 비타민 D의 합성을 도와 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나와있는 것이 아닌가. 자외선 지수가 높을 때는 조심해야겠지만 햇빛을 쬐는 행위는 그 행동만으로도 사람의 기분을 전환하고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어찌보면 무기력증을 느꼈을 때, 나 스스로가 그것을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햇볕을 쬐러 나가고 운동을 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장마가 길어져 비 내리는 날이 많은 지금 시기에는 매일 맑은 햇빛을 보는 게 힘들어서 실내에서 간단한 스트레칭만 하고 있다. 얼른 장마가 끝나고 맑은 햇빛이 고개를 내밀면 자연이 주는 공짜 테라피를 마음껏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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