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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Aug 11. 2020

부식가게(a.k.a. 거래처)와는 애증의 관계

좋은 식자재를 고르기 위한 선택

 우리 가게에 기본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식자재의 구입은 동네 부식 가게와 제법 규모가 큰 식자재마트 이 두 업체를 이용한다. 둘 사이의 장단점이 확실하게 차이가 나기에 누가 더 낫다고는 할 수 없다. 일단 내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재료의 품질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가격인데 상황에 맞게 이용하고 있는 편이다.


 2년여 전, 가게를 개업할 당시에 트럭을 몰고 가게 앞을 지나가던 청년이 스티커를 하나 주고 갔었다. 부식가게 연락처가 적혀있는 스티커였다. 그때는 식자재마트만 이용하고 있을 때였다. 솔직히 매일 아침 장 보러 가서 무겁게 차에 싣고 가게 와서 옮기고 하는 것도 힘들기 시작하던 시기라 동네 부식가게와 거래를 해보기로 했다. 매일 동네를 돌기 때문에 무순 하나를 시켜도 배달을 해준다는 점과 아무리 동네 부식가게라고 하더라도 전자세금계산서와 전자계산서가 다 발행이 되는 것이 거래를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아무튼 거래를 시작한 당시에는 생각보다 농산물의 품질도 괜찮았고 가격도 식자재마트 가격보다 무조건 더 싸게 쳐줘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얼어 있는 농산물이 올 때도 있었고 무게 단위로 주문한 채소가 무게 미달로 온 적도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두 번까지는 그냥 넘어간다. 내 예전 직장 동료들은 알겠지만 그런 문제가 세 번째로 발생했을 때 나는 별다른 통보 없이 거래를 중단해 버린다. 내 성격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두 번째까지 문제가 발생되고 피드백을 줬는데도 개선이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거래를 이어나갈 이유도 없어서이다. 


 식자재마트보다 규모가 작긴 해도 동네에서 오랫동안 대를 이어서 업을 삼으며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부식가게라서 믿고 주문을 했지만 품질에 문제가 있는 식자재가 지속적으로 오고 중량 미달의 채소를 또 받게 되자마자 나는 거래를 끊어버렸다. 중량 미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다음번에 많이 주겠다는 대답에 더 이상 볼 것 없이 결정해 버렸다. 대표님과 통화를 하면서 우리 가게 음식도 그렇게 양을 많이 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길래 그 자리에서 결정한 사안이었다. 참고로 우리 가게는 모둠초밥 10피스에 8,900원, 14피스는 12,900원 받는다. 게다가 거래처 사장님이 시켜먹으면 몇 피스는 더 넣어줬다.


 내가 가게에서 손님들께 양을 적게 주거나 많이 주는 것이(절대로 적게 주는 것이 아님) 본인 가게에서 중량 미달의 식재료를 납품하는 것과 비교를 하며 대응한다는 것 자체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 그냥 '죄송하다. 바로 조치해주겠다.' 이 말 한 마디면 끝날 문제를 본인 스스로 거래처와의 단절을 초래한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식자재마트만 이용하면서 몇 개월이 흐른 뒤, 그 부식가게 직원이 우리 가게를 찾아왔다. 


 "요즘 저희 가게 발주가 없어서 무슨 일 있나 해서 찾아왔습니다."

 "예? 사장님한테 말씀 안 들으셨어요?"


 거래가 끊긴 줄도 모르던 직원이 3개월 만에 우리 가게에 찾아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종업원수가 10명도 안될 텐데 사장과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전혀 안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 직원이 나보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것이다. 뭔가 역할이 뒤바뀐 느낌이었다. 자기는 전혀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다는 것이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식자재의 품질과 중량 미달은 앞으로 안 일어나게 신경 쓰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이다. 


 나도 나이 먹고 성격이 많이 유해졌나 보다. 그런 다짐을 받고 거래를 다시 시작했다. 부식가게 사장님도 뭔가 들은게 있었는지 많이 친절해지고 대응 속도도 빨라졌다. 서로 부딪히고 갈등이 유발되고 그 갈등을 풀면서 다시 손 잡고 이러는 건 직장 생활에서 너무 많이 겪었던 터라 이런 일은 식당 하면서는 안 생기길 바랐는데 어찌 보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패턴은 생기는 것 같다. 


 요즘도 가끔 거래처와 티격태격하면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거래처와의 관계 형성에서 갈등을 풀어나가는 동안 관계의 적정선을 만들어 둔 덕에 지킬 건 지켜주고 대응은 빨리 해주고 있기에 거래는 만족하고 있다. 이런 갈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거래처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은 바람을 항상 간직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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