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자랑도 아니죠.
식당 개업 초창기 때, 고객들의 요청으로 믹스커피를 가게 한 켠에 두고 손님들이 셀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었다.
이건 원래 개업할 당시부터 의도적으로 들여놓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건데, 워낙 나이 드신 고객들의 요청이 많아서 녹차와 믹스커피를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그리고 셀프라고 말을 하면 알아서들 잘 드셨다.
그런데 얼마 전 나이 지긋한 어르신 세 분이 와서 식사를 하신 후에 커피를 타 달라고 하시는 거였다. 한창 바쁘게 써빙하던 와이프가 커피 위치를 알려드리며 상냥하게 셀프라는 점을 말씀드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우리는 나이 들어서 그런 거 할 줄 몰라. 커피 타 줘"
뒤에 좀 더 이상한 말씀을 하셨지만 이미 기억에서 지웠고, 나는 첫 마디에서부터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말씀하시는 것에 정중함과 미안함이 느껴지고 바쁘지만 않았으면 기꺼이 타 드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말투에서부터 대립각을 세울만한 뉘앙스였지만 바쁜 시간대라 언쟁을 벌이며 에너지 낭비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정말 바쁘지만 조용히 내가 넘겨받아서 커피 세 잔을 정중히 타서 갖다 드렸다. 커피를 타 드리더라도 그 커피를 와이프가 타주는 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써빙하던 와이프가 타 줄 줄로 알았는데 내가 타서 갖다 드리니 말이 없으셨다. 거기서 "여자가 타야 제맛이지" 이랬으면 나는 그 사람들 돈 안 받고 그냥 내쫓을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그런 말은 안 하시고 조용히 드시고 가격을 물으셨다.
"네! 30,200원입니다."
만 원짜리 지역사랑 상품권 세 장을 내 손에 쥐어 주시면서
"200원? 200원도 다 받을라고?"
이러시는 거였다. 나는 두말 안 하고 바로,
"삼만 원만 주십시오. 현금영수증 끊어드릴까요?"라고 말했다.
우리 가게 단골이신 분들은 나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단골 손님들께는 서비스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거나 저렇게 말 안 해도 100원, 200원 정도의 자투리 잔돈은 안 받는다는 것을.
커피 써빙한 것까지 다 쳐서 받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3만 원만 받았다. 와이프와 나는 그 손님들이 가고 나서 서로 저렇게는 늙지 말자 다짐했다. 나는 평화주의자이고 마찰이 생기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그분들과 별다른 말을 섞지는 않았지만 나이 먹고 본받을 행동은 못할지언정 손가락질받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충분히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가관이었는데, 한두 잔 소주 걸치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가시는 거였다. 혹시라도 다음에 내 눈앞에 또 그 모습을 보이면 그땐 바로 신고해 버리리라 마음먹었다.
어르신께서 커피 탈 줄 모른다고 하셨을 때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죄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자랑할 것도 아니죠. 여긴 다방이 아닙니다. 고생하는 제 와이프는 어르신들 커피 타드리려고 써빙 도와주러 온 게 아닙니다. 드시고 싶으면 셀프로 드시라고 안내문까지 써놨는데 일손 부족한 저희에게 너무 가혹하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드신 음식을 제대로 다 계산하시지도 않으셨잖습니까?"
목구멍까지 올라온 이 말은 결국 그분들에게는 내뱉지 못하고 이렇게 내 글감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