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대로 쉬어본 날은 없었다.

두 번째 가게 개업 후의 일상

by 김주원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작년에 처음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때와는 달리 최근에는 빈도가 많이 줄어든 것에 내가 참 많이 게을러졌나 싶기도 하고, 글도 자주 못 쓸 만큼 바쁘고 피곤했나 싶기도 하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장모님이랑 술은 그렇게 자주 마시면서...


사실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게 맞다고 본다. 생각을 해야 글로 옮겨지는데 이 놈의 일상이라는 것이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베개에 머리를 갖다 댈 때까지 가게 일만 하다 보니 피곤에 쩔어서 손이 키보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술잔으로 향하는 날이 더 많아졌었다. 반성한다. 덕분에 돈 안 들면서도 즐거웠던 나의 취미생활(=실력은 쥐뿔도 없지만 글쓰기)을 안 하고 지내게 됐던 것이다.


오늘, 정말 모처럼 꿀맛 같은 일요일을 보내고 그 좋아하던 술도 입에 대지 않으니까 한동안 잊고 살았던 글이 쓰고 싶어 졌다. 그런데 막상 쓰려니 막막했다. 생전 처음 글을 쓰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치 내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라도 하듯 창작의 고통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엄청난 착각임을 깨닫고 이내 정신이 돌아와서 심하게 자책했고 벗어났다.


잠시 노트북의 흰 화면을 앞에 두고 멍하니 있다가 '에잇, 글로 밥벌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뭐 대단한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런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글로 쓰고 싶을 때 그냥 쓰자'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을 다시 잡을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썼던 건 가게를 개업하는 과정의 일들을 재미없게 늘어놓은 것 같아서 한계가 보였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일상 속의 이야깃거리가 더 많은데 말이다. 거창하게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위인이 되고자 했던 것도 내 나이 열다섯, 중2병을 심하게 앓던 시절에 추락했던 성적과 함께 이미 포기했기 때문에 그냥 찌질하고 소소한 일상만 담아보려고 한다.



나의 두 번째 가게를 개업한 지도 벌써 100일이 지났다. 평소 동선은 집과 가게가 전부여서, 아주 협소한 일상의 반복이다. 그래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건 내가 사는 아파트 정문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바로 가게이기에 예전보다 잠을 좀 더 잘 수 있게 된 거랑 매일 아이들 얼굴을 몇 시간 더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같이 얼굴을 보며 일을 한다는 점이다. 아, 마지막 장점은 그날의 상황에 따라 가끔, 아주 가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일요일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나서 마트에 가서 월요일 영업에 필요한 식재료를 사서 가게로 왔다. 필요한 소스를 만들고 숙성할 생선을 손질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아, 내가 여기에 개업한 뒤로 오늘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했구나!'


일요일은 가게 휴무일이라고는 해도 다음날 쓸 재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나마 가게로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첫 가게에서는 이러지 않았다. 그때는 가게와 집과의 거리가 멀어서 그냥 월요일에 몇 시간 더 일찍 출근해서 힘들게 준비했었다.


그런데 지금 가게는 아파트 정문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된다. 일요일에는 아이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오전 중으로 일을 끝낸다. 덕분에 월요일 오전 장사 준비는 많이 여유로워졌다. 내 삶에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은 시기인 듯하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하고 가게일도 중요한데 그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조금 아픈 기색을 보일 때도 '아이가 입원하면 가게문을 닫아야 되는데 제발 입원만은 하지 말았으면'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참 못난 아빠다. 자식의 건강이 중요한데 그걸 가게 수입과 저울질하다니...벽돌을 들고 있으면 너를 안아줄 수 없고, 벽돌을 놓으면 너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내 얘기 같아서 참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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