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키아는 애플에게 밀려났을까

창조적 괴짜들을 위한 구조

by 나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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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노키아는 주로 고무장화와 화장지로 유명한 대기업이었다. 이후 20년간 노키아는 세계 최초 셀룰러 네트워크와 세계 최초 카폰, 최초로 대대적 성공을 거둔 무선전화 시장을 개척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노키아는 지구 상 스마트폰의 절반을 팔아치우며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


2004년 신이 난 노키아의 엔지니어 몇몇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전화기를 만들었다. 인터넷이 가능하고 커다란 컬러 터치스크린에 고해상도 사진기가 달린 전화기였다. 엔지니어들은 이 전화기에 어울리는 미친 아이디어를 하나 더 제안했다. ‘온라인 앱스토어’를 만들자고 했다. 기업의 지도부는 두 가지 아이디어 모두 묻어버렸다.


3년 뒤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미친 아이디어가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구체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것이다. 5년 뒤 노키아는 업계의 관심에서 멀어진 회사가 되어 있었다. 2013년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모바일 사업이 정점이었던 때부터 매각 시점 사이에 노키아의 기업 가치는 대략 2500억 달러가 폭락했다. 극도로 혁신적이었던 팀은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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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샷 (loonshot)

1. 제안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2.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노키아 엔지니어 몇몇의 새로운 종류의 전화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룬샷’이었다. 가장 중요한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될 때 중앙 권력이 각종 툴과 돈을 쏟아부으며 레드카펫을 깔고 팡파레를 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획기적 아이디어는 놀랄 만큼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 회의주의와 불확실성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부서지고 방치되기 십상이다. 그 주창자들은 종종 ‘미친 자’ 취급을 받기도 하고, 마냥 무시되기도 한다.


위험성이 높은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이미 성공해 꾸준히 성장하는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선임으로부터 공격받지 않아야 한다. 그런 초창기 아이디어를 보호해주는 단단한 보호막이 없다면 아이디어는 폐기되거나 묻히고 만다. 업종을 막론하고 강력한 프랜차이즈의 리더들은 자잘한 허점을 집어내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를 묵살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처럼 ‘창조적 괴짜들’이 만든 ‘혁신적인 발명품’로 과학기술과 기업의 운명을 바꾸려면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혁신적인 발명품을 개발하는 그룹과 기존의 영역을 지키는 그룹 간 상분리, 그리고 그 두 그룹 간에 협조와 피드백이 잘 오가도록 보장하는 동적평형이다. 위상 분리는 위험 부담이 큰 초기 단계 아이디어를 연구하는 예술가들을 이미 성공을 거두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분야를 담당하는 병사들과 분리함으로써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들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짓밟히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구조(structure)를 만드는 것이다. 동적 평형은 신기술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군 관계자들을 배척하지 않고 끝내는 설득해서 기술 개발과 적용에 동참시킨 부시처럼 예술가와 병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이 둘 사이에 조화와 균형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와 병사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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