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들만 모아 놓은 부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그의 장인이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만든 지 30년이 지났을 때 이 회사가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에 싸여 있었다. 벨의 전화기 특허권이 만료된 이후 수천 개의 새로운 전화회사가 생기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벨의 회사는 재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대중은 통화 품질이 하락하는 것에 분노했다. 회사 경영진은 벨의 특허에서 나오는 라이선스 수익을 쥐어짜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갈 뿐 별로 하는 일이 없었다.
1907년 금융업자 모건(J. P. Morgan)이 이끄는 금융 그룹이 벨 전화 회사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그들은 사명을 ‘AT&T’로 바꾼 후 기존 경영진을 잘라냈다. 모건은 당시 예순두 살이던 시어도어 베일(Theodore Vail)을 새로운 책임자로 앉혔다.
베일은 CEO가 되고 미국인들이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전국 어디든 누구에게든 전화를 걸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AT&T 내부에서 베일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샌프란시스코까지는커녕 가까운 거리조차 전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전화선을 타고 가다 보면 전기 신호가 약해졌는데 아무도 그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전자라는 게 발견된 지 10년밖에 안 되던 때였다.
베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별도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사진을 설득했다. 베일은 과격한 아이디어들을 격리시켜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괴상한 것들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부서, 즉 미치광이(loon)들이 운영하는 룬샷 부서가 필요했다.
룬샷 (loonshot)
1.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2.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베일은 MIT 출신의 물리학자 프랭크 주잇(Frank Jewett)을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후 몇 년간 주잇의 그룹은 과학적 원리를 파고들었고 결국은 신호가 약해지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진공관을 발명했다. 모든 현대 전자기기의 전신인 세계 최초의 증폭기였다.
나중에는 ‘벨 전화연구소’(Bell Telephone Laboratories)로 불리게 될 베일의 조직은 이후 50년간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CCD칩(모든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간다),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최초의 레이저, 유닉스 OS, C언어를 개발했고 여덟 번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여덟 번의 노벨상 수상
큰 아이디어(과학·비즈니스·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 아이디어)는 때로는 대단한 기술과 개인의 근성이 필요했고, 때로는 순전히 운 덕분이었다. 다시 말해 세상을 바꿔놓는 획기적 아이디어는 천재와 우연이 결합할 때 탄생한다. 시어도어 베일의 마법은 천재의 힘과 우연의 힘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데 있었다.
위험성이 높은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예술가’라고 부르자)은 조직 내에서 이미 성공해 꾸준히 성장하는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병사들’로부터 공격받지 않아야 한다.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는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늘 허점 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런 초창기 아이디어를 보호해주는 단단한 보호막이 없다면 아이디어는 폐기되거나 묻히고 만다.
상분리의 목표는 ‘룬샷 배양소’를 만드는 것이다. 룬샷 배양소는 배아 단계의 프로젝트들을 보호하는 곳이다. 돌보미들이 보호시설 같은 환경을 설계해, 배아 단계의 프로젝트들이 성장하고 번창하고 허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