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름이 Aug 01. 2023

의사는 자신의 아이에게 절대 틱톡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 이제는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사람의 하루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는데요. 특히 2016년에 출시된 틱톡은 2023년 현재 사용자 기반은 15억 명 이상이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총 10억 명에 달하는데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들이 텍스트 기반인 반면 틱톡은 사진뿐만 아니라 15초 내외의 짧은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1020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긴 영상보다는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선호하기 때문이죠!



출처 :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세대



하지만 그 짧고 강렬한 영상 때문에 의사들은 '틱톡'을 절대 청소년들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미국 최고의 중독 치료 전문가 니컬러스 카다라스 박사가 쓴 <손 안에 갇힌 사람들>에서 새롭게 나타난 '틱톡 투레트 증후군'과 틱톡의 위험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손 안에 갇힌 사람들』 中


틱톡 투레트 증후군TikTok Tourette’s Syndrome.


꽤 귀에 감기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새로운 시엠송이나 어느 시적인 아이의 말놀이가 아니라, 코로나가 유행하던 2020년 전 세계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처음 주목하게 된 이상하고 새로운 현상이다. 그러니까, 틱톡을 이용하는 십 대 소녀들―이들은 틱 장애가 담긴 영상을 만든 아주 인기 있는 특정 틱톡 인플루언서들을 팔로우했다―이 투레트 증후군과 일치하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투렛 증후군

신경학적인 유전병.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되거나 소리를 내는 등의 경련(tic)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틱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음성 틱과 근육틱이 모두 질병의 경과 중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틱톡이라는 이름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틱 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였다. 투레트 증후군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신경계 질환으로, 보통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며(1:3 비율), 어릴 때 진단되는 경향이 있다. 투레트 증후군의 원인이나 인과 관계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 병은 움직임의 제어를 돕는 기저핵을 포함해 뇌의 다양한 부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유전적 또는 세습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레트 증후군의 병인 이론에는 도파민 이론도 있다. 연구자들은 투레트 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뇌에서 자극적인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도파민을 처리하는 뇌 수용체가 도파민에 지나치게 민감할지 모른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장애의 가장 흔한 특징인 특정 성별 특유의 경향성(언급한 것처럼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한다)과 명확한 행동 지표와 더불어 특정한 신경생리학적 요소가 관여한다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의 소아청소년과로 밀려드는 새로운 환자들은 남자아이가 아닌 대부분 십 대 소녀들이었고, 비교적 얼굴에 흔하게 나타나는 틱 장애 대신 대부분 손과 팔의 과장된 움직임과 반복적이고 비자발적으로 외설적인 말을 내뱉는 강박적 외설증coprolalia을 보였다. 투레트 증후군 환자 사이에서는 상당히 드문 징후였다.





어쨌든 환자들은 계속 밀려들었다. 텍사스 아동병원에서는 틱 장애 환자 수가 2020년 3월 이후 수십 배로 증가했으며, 존스홉킨스 투레트 증후군 센터에서는 틱 장애 징후를 보이는 소아 환자가 코로나 전 2~3%에서 이후 10~20%까지 증가했다. 그리고 시카고의 러시대학 의료센터에서는 틱 장애 환자로 보고되는 비율이 2020년 이후 무려 두 배로 증가했는데, 새로운 투레트 증후군 환자의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모든 새로운 사례에서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전까지 연구자들과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운동 장애 저널Journal of Movement Disorders」에 게재된 ‘틱톡 틱: 대 유행병 내의 대 유행병 Tik Tok Tics: A Pandemic Within a Pandemic’을 포함한 몇몇 의학 논문에 따르면, 의사들은 청소년기에 투레트 증후군이 시작된 이 소녀들이 모두 자신에게 투레트 증후군이 있다고 주장하는 틱톡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60만 팔로워를 가진 17살 인플루언서 키트(Keet)


https://www.tiktok.com/@rachelchaleff/video/7220838629248224554



투레트 증후군이 있는 이 이른바 ‘인플루언서’들은 틱톡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조회 수가 50억 회 이상이었다!―의사들은 많은 십 대 소녀들에게서 실제로 (좀 과장돼 보이는) 투레트 증후군 비슷한 증상이 급격히 증가한 원인이 바로 이 영상들 때문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실제로 일부 아이들은 틱톡 투레트 증후군이 있는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을 따라 영국식 억양으로 말하기 시작하거나 틱톡에서 인플루언서를 통해 들은 말을 크게 외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콩bean이라는 단어는 틱톡 투레트 증후군이 있는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 처음 말한 이후, 많은 젊은 여성 팔로워들이 반복해 따라 하면서 음성 틱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분명히 사회 발생적 확산sociogenic spread이나 사회적 전염 효과의 예로 보였고 사회 학습이론의 기본 원리인 ‘보는 대로 따라 한다’ 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했다. 의사들은 틱톡 영상 속 투레트 증후군이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청소년기에 이 증후군이 시작된 소녀들을 모두 정량적으로 연구한 결과, 각 그룹이 정말로 투레트 증후군을 지녔는지 의심스럽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실제 투레트 증후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견



의식적이든 아니든, 꾀병 발병의 예측 변수에는 불안, 우울, 크게 스트레스를 주는 현재의 일들, 과거 어린 시절의 주요 트라우마가 포함된다. 아니나 다를까, 틱톡 투레트 증후군 현상의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이전부터 존재했던 정신의학적 공통분모를 발견했다. 대부분의 십 대에게 우울, 불안 등 어느 정도의 정신의학적 병력이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투레트 증후군이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의료 전문가들이 진짜 틱 장애의 징후로 판단할 만한 종류의 틱을 보이지 않았다. 인플루언서는 꾀병을 부리면서 연기나 역할을 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영상은 시청자의 행동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틱 장애를 보이는 사람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면, 보는 사람이 실제로 틱 장애가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앞서 이미 본 것처럼, 확실히 가능하다. 거짓 경계성 인격 장애pseudo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나 가성 발작pseudoseizures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보듯이 특정 장애는 잠재의식적으로 모방될 수 있다. 사회적 전염 효과의 사회 발생적 부산물이든 아니든, 모방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장애를 확실히 진짜인 것으로 느낀다.


틱톡 투레트 장애 환자들을 연구한 의사들은 이들 십 대 대다수가 코로나로 생기거나 악화된 불안증,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으며, 이러한 상황 때문에 그들이 투레트 증후군―혹은 그들이 목격한 또다른 유형의 장애―같은 것을 더 모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소아 운동 장애 전문가인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의 신경과 의사인 도널드 길버트Donald Gilbert 박사에 따르면, 실제로 심리적 스트레스의 신체적 증상은 흔히 환자가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본 적이 있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길버트 박사는 특히 심인성 비뇌전증성 발작psychogenic non-epileptic seizures을 경험한 환자들을 언급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뇌전증을 앓았던 친척의 발작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의료 전문가들은 또한 자해 같은 부적응적인 정신과적 행동도 사회적 전염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데, 정신적으로 취약한 어린 환자들이 이를 광범위하게 모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성장하면 할수록 사회적 전염 효과를 통해 온갖 다양한 정신 장애가 퍼질 가능성도 커진다. 틱톡은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영상 기반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틱톡은 2018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가령 틱톡의 월간 실사용자 수는 2018년 1월에서 2020년 8월까지 800% 증가해 미국에서 총 1억 명, 전 세계적으로 7억 명이 되었다.


소셜 미디어 짐승이 커지면서 디지털 투레트 증후군의 전염도 더 확산되었다. 2021년 3월 3주까지 ‘#투레트’와 ‘#틱’ 해시태그가 포함된 영상은 58억 회라는 믿기 힘든 조회 수를 기록했다. 거의 지구상에 있는 인구만큼이나 큰 수다.


출처 : 도서 『손 안에 갇힌 사람들』





* 왜 우리는 작은 화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https://url.kr/5ueov2



작가의 이전글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 준 미친 시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