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와 고집의 차이를 구분하는 법

by 나름이

1971년 포크먼은 암세포가 숙주와 상호작용을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속이는 신호를 내보내 종양이 자랄 수 있게 준비시킨다는 얘기였다. 이를테면 집에는 물과 가스가 들어올 파이프가 필요한 것처럼, 종양은 산소와 다른 영양분을 가져다줄 혈관이 필요하다. 포크먼은 암세포가 주변 조직에 그런 혈관을 만들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했다.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약, 그러니까 암세포의 신호를 차단해서 파이프를 파괴하는 약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그는 종양을 굶겨 죽일 약을 만들고자 했다.


당시에는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화학요법이 유일한 접근법이었다. 환자를 죽이지 않는 한에서, 종양에다 최대한 많은 독을 들이붓는 방식이었다. 종양과 주변 조직 사이에 있는 의문의 소통 채널을 방해하자는 아이디어는 조롱을 받았다.




주다.jpeg 주다 포크먼



30년간 포크먼의 아이디어는 대략 7년마다 죽음과 화려한 부활을 반복했다. 예컨대 1998년 포크먼의 실험실에서 만든 유망한 약이 쥐의 종양을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 1면에 실린 어느 기사는 노벨상 수상자 제임스 왓슨의 말을 인용하며 “주다 포크먼이 2년 내에 암을 치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왓슨은 나중에 인용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자들은 포크먼을 알렉산더 플레밍이나 루이 파스퇴르와 비교했다. 대장암 진단을 받았던, 퓰리처상을 수상한 어느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어쩌면 우리는 죽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약을 구해보려는 환자들이 포크먼의 병원을 포위할 정도였다. 약은 아직 임상시험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말이다. 신약 발견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대개 그렇듯 포크먼의 첫 번째 약은 성공하지 못했다. 관심은 곧바로 훅 꺼져버렸다.


이런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자 과학계는 포크먼이나 그의 아이디어를 목록에서 대부분 지워버렸다. 포크먼은 발표 도중, 사람들이 구석에서 웃음 터뜨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동료들은 “아, 포크먼이 또 암을 치료했군요”라며 비꼬았다. 종종 그의 말이 끝나면 과학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아이디어는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단언하는 경우도 있었다.




허버트.jpg 허버트 허위츠 (좌)



2003년 6월 1일 시카고의 매코믹 플레이스 컨벤션 센터 대강당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듀크 대학교 종양학자 허버트 허위츠 박사는 포크먼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개발된 ‘아바스틴’이라는 약의 새 결과를 발표했다. 포크먼이 새로운 방식의 암 치료법을 최초로 제안한 뒤로 32년이 흘러, 많은 이들 기억 속에 포크먼의 주장과 호소가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813명의 환자가 참여한 임상시험에서 아바스틴은 대장암 환자의 생존 연장 측면에서 이제껏 보지 못한 최상의 결과를 냈다.


아바스틴은 FDA에서 신속하게 승인이 났다. 수십 개의 기업과 수백 개의 연구소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오늘날에는 종양과 숙주 환경 사이의 대화를 방해한다는 아이디어가 표적 치료와 면역요법을 비롯한 거의 모든 암 연구 프로그램의 기초가 됐다.


아바스틴을 개발한 회사의 이름은 제넨테크다. 처음 데이터를 발표한 날과 FDA가 이 약을 승인한 날 사이에 제넨테크의 시장가치는 380억 달러 상승했다. 아바스틴의 가치가 대략 그 정도였던 셈이다. (포크먼은 회사 지분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지분이나 상금 등을 받으면 늘 자신의 병원에 기부했다.)






이 도전을 계속해도 괜찮을까요?



"언제 포기해야 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사업가를 비롯한 룬샷의 수호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며 물어 오는 질문이다.


포크먼이 1997년 획기적 논문을 발표한 직후 다른 연구소들이 그 결과를 확증하고 확장하기 위해 자료와 지침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포크먼은 즉시 두 가지를 모두 보내주었다. 일부 연구소에서는 실험이 효과가 없었다(성공한 연구소들도 있었다). 어느 기자가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1998년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는 “결과 재현 실패로 새로운 암 치료법 휘청이다”라는 기사가 걸렸다. 학계에서는 결과가 재현되지 않으면 경력이 끝장난다.



젊은.jpg 젊은 시절의 주다 포크먼



그러나 포크먼은 평론가들에게 화풀이하는 대신, 조사를 했다. 다른 연구소가 정확히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왜’ 그들의 실험이 실패하는지 알아내려고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실험실이 보내준 민감한 일부 샘플 자료가 장거리 배송을 위한 동결 과정에서 손상을 입었음을 발견했다. 그는 샘플 배송 방법을 바꿨다. 실험은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전국의 연구소들은 다시 그의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이기’가 집요하게 실행되는 것을 내가 처음 목격한 것은 주다를 통해서였다. 그는 공격을 받았을 때 상대를 반박하고 싶은 충동을 (보통은) 극복해내곤 했다. 그는 계속해서 열린 마음을 유지하고 진정한 관심과 배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조용히 조사에 임했다.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이기’는 사탕발림에만 귀 기울이거나 단순히 반응을 듣고 마는 일이 아니다. 이는 진짜 호기심을 갖고서 ‘왜’ 어떤 것이 잘 안 되는지, ‘왜’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는지 더 깊이 파보는 행위다.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무언가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이유까지 계속 물어본다면 더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과연 끈기와 고집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내 경우에는 ‘호기심을 갖고 실패에 귀 기울이기’가 하나의 신호다. 내가 수년을 투자한 프로젝트에 누군가 이의를 제기할 때 분노하며 방어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호기심을 가지고 조사에 임할 것인가.


내가 알아낸 바로는, 스스로 더 이상 질문하지 않을 때가 가장 걱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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