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볼 일만 남았다
지난 2월 10일,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감독상까지 총 4관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한국의 자랑이자 국보 같은 감독님인데요. <기생충>이 있기 전 봉준호 감독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 <설국열차>가 넷플릭스 시리즈로 리메이크 돼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설국열차>를 관람하셨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제작 당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한국의 대배우 송강호와 세계적인 스타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등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화제가 됐었죠. 물론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면들과 원작 만화에서 가져온 세계관이 많은 관객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설국열차>의 제2막,
넷플릭스 시리즈 <설국 열차>
지난 17일 미국에서 선공개 후 무려 330만 명이 시청하고, TNT 디지털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1위에 올랐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콧 데릭슨과 <블랙미러>의 제임스 호스 감독이 에피소드 연출을 맡고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더욱 관심을 끄는 넷플릭스 <설국열차>
<설국열차>는 기상 이변으로 모든 세상이 다 얼어붙은 상황입니다. 유일하게 남은 생존자들은 열차 안에 들어오게 되고, 그곳은 칸마다 철저한 위계질서로 운영됩니다. 머리칸으로 갈수록 호화로운 삶인 반면, 꼬리칸 사람들은 인간 이하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설국열차>는 처음부터 꼬리칸 사람들이 처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꼬리칸이란 결함이 있는 <설국열차>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주인공에게 어떤 시련이 닥치고,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면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예고편 속 꼬리칸과 앞 쪽 칸 사람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훨씬 더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단순히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사람 혹은 그 외의 어떤 사람이 아니다. 우리의 성격 특질은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만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과도 작용해서 내면의 고유한 신경 세계를 구축한다.
이야기에서 우리의 마음과 전혀 다른 마음, 인물과 줄거리를 통해 드러나는 마음을 접하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경험도 드물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의 첫 페이지부터 매력적이면서도 결함이 있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인물의 마음과 삶을 들여다보는 편이 훨씬 흥미롭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
<이야기의 탄생> 中
<설국열차>의 또 다른 매력으로는 주인공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주인공 커티스는 꼬리칸의 혁명을 이끄는 인물입니다. 모든 사람의 신임을 받으며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원동력이 되는 사람이죠.
그러나 그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도 있습니다. 옛날 꼬리칸의 음식이 모자랐을 때, 먼저 사람들을 죽이는데 앞장섰던 인물이기 때문이죠.
스스로 잔인했던 과거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과연 자신이 혁명을 주도할 인물이 맞는지 계속해서 자문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더욱 열심히 나아갑니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스스로 변화하고,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어 합니다.
극적인 사건 속에서 영웅으로 거듭나고 있는 주인공 커티스, 과연 넷플릭스 <설국열차>의 주인공은 어떤 결함을 이겨낼까요?
이야기가 시작될 때 결함이 구체적으로 정의된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세계에 관해 갖는 오류를 보면서 우리는 그에게 공감하고, 오류의 원인에 대한 암시나 단서가 나오는 동안 주인공의 약점에 흥미를 느끼며 그가 벌이는 싸움에 감정적으로 몰입한다. 주인공이 플롯의 극적 사건을 거치면서 변화하는 동안 우리는 그를 응원하게 된다.
결함을 수정하려면 우선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난관에 처하면 대개 우리에게 결함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데, 그럴 때 사람들은 우리에게 ‘부정’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결함을 인지하고 받아들인 후 변화하는 것은 현실의 구조 자체를 분해해서 새롭고 더 나은 양식으로 재구성한다는 뜻이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 깊은 차원의 변화를 거부하는 마음과 싸우면서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이런 싸움에 뛰어든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이야기의 탄생> 中
<설국열차>는 총 60칸으로 이뤄져 있는 설정입니다. 꼬리칸에서 시작된 혁명은 머리칸으로 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계속 마주합니다. 자신들이 전혀 가지지 못했던 문화와 문명, 심지어 환락, 유흥까지 모든 것이 기차에 갖춰져 있던 것이죠.
한 칸, 한 칸 지나가면서 새로운 인물과 장애물을 맞이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감정이 증폭되고 호기심과 긴장감이 살아나는 것이죠. 돌파하는 과정 속에서 과연 '마지막 머리칸에는 무엇이 있을까?'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결함을 수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주인공의 결정을 숨죽여 보는 재미도 있죠.
우리가 현실과 이야기에서 접하는 갈등은 주로 이런 신경 모형과 세계 모형을 방어하는 행동과 연관된다. 세계에 대한 지각이 충돌해서 서로 자기가 옳다고 우기면서 상대의 세계 모형을 자신의 모형에 맞추려고 한다.
한편으로 바로 이런 갈등을 통해 주인공은 배우고 변화한다. 플롯의 사건들을 헤쳐 나가면서 일련의 장애물과 돌파구를 마주하는데, 이는 대개 조연들을 통해 나타나고 조연들은 이야기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식으로 세계를 주인공과 다르게 경험한다. 조연들은 주인공에게 세계를 그들의 눈으로 보도록 강요하며, 주인공의 신경 모형은 조연들과의 만남으로 미세하게 변화하면서 적대자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려 간다.
적대자는 주인공의 결함이 더 음침하고 더 극단적으로 증폭된 인물이다. 한편 주인공은 조력자들에게서 소중한 교훈을 얻는다. 조력자는 대개 주인공이 선택해야 하는 새로운 방식을 구현한 인물이다.
<이야기의 탄생> 中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넷플릭스 <설국열차>는 과연 어떤 재미를 우리에게 선사해 줄지, 재밌게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이미 시즌 2도 제작 중이라고 하니, 봉준호 감독의 팬이거나 넷플릭스 마니아라면 무조건 봐야 할 작품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