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는 원래도 유명한 책이지만, 입시 문제를 다룬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나와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극 중 예서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자신이 1등 하고 싶은 이기적 욕망에 충실한 것이 맞는 것” 이라며 독후 감상을 발표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해가 가장 일반적으로 빚어지는 『이기적 유전자』의 잘못된 독해입니다. 이런 오해는 제목에 기인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는 결코 이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여러 특징 중 하나가 이타적 행위입니다. 그런 것들이 모인 사회화의 여러 징표들이 많이 이야기되는데, 도킨스는 이타적 행위처럼 보이는 것이 유전자 수준에서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생명체의 이타적 행위는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습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기본 개념 하에서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이론적으로는 설명 불가능합니다.
그런 난점을 『이기적 유전자』는 깔끔하게 설명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프로그램되었기 때문에 모성애, 집단의 보존을 위한 희생,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많이 남기기 위해 가족이나 친족에 대한 남다른 애착 등이 나타난다고 말이에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적인 행위는 유전자 수준에서 볼 때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능한 한 많이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위라는 거죠. 예를 들어, 생태계의 피라미드에서 밑에 있는 새는 매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경고를 보내는데, 이 소리 때문에 자신은 매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노출되거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집단을 보존함으로써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유전자는 자신이 조종하는 개체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건 그냥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까요.
〈스카이 캐슬〉의 예서는 1등을 하고 싶은 유전자의 이기적 욕망에 충실하겠다고 말했지만 도킨스는 유전자를 의인화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유전자에 욕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보존하는 쪽으로 행동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꼭 1등을 해야겠다는 욕망이나 프로그램은 유전자를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1등을 하거나 의사가 되는 것은 진화적으로 보면 큰 의미가 없는 행동이거든요. 차라리 외모가 더 뛰어나거나 건강하다는 식의 신체적 강화가 유전자 보존과 확장에 더 도움이 되죠. 그러니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며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투영시키는 것은 잘못된 독해입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쓰인 책이 아닙니다. 이타적인 행동을 설명하려고 쓰인 책이에요. ‘이타적 행동으로 보이는 무리의 사회화 행동들이 사실은 유전자 수준에서는 유전자의 보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기능할 뿐이고, 개체들은 유전자의 운반자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신에게 선택받은 유일무이한 별종일까요? 아니면 여러 생물 중 하나일 뿐일까요? 종교와 과학은 이에 대해 양극단의 이해를 제시하는데요, 그런 논의들을 알아야 스스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어쨌든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의 논의가 무색하게도 지금의 인간들이 이기적인 행위들에만 충실한 건 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 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