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것인가, 박을 것인가
내 아이디어가 왜 거기서 나와?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출판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강단이. 그녀는 전직 카피라이터였던 경험을 살려 신간의 홍보 문구를 작성해 상사에게 보여줍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이런 걸까요? 얼마 후 진행된 마케팅 회의에서 강단이가 작성한 카피가 만장일치로 뽑히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카피의 작성자는 강단이가 아니었습니다. 상사는 본인의 아이디어라며 사람들에게 그 카피를 공개한 것이죠.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비슷한 경험을 겪어본 적이 있을 텐데요. 아니! 이렇게 능력 있는 신입을 키워주지는 못할 망정 어떻게 눈 앞에서 이렇게 아이디어를 뺏을 수 있는 걸까요?
나는 점포 개발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 창업설명회를 하는 유관부서를 옆에서 보면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장교 출신이었던 점을 살려 전역, 퇴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우리 회사 창업설명회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 아이디어를 정리해 기획팀에 전송했다. 얼마 뒤 실제로 한 퇴역 장교행사에서 회사의 창업설명회가 개최됐고 장교 출신 점포개발자들이 설명회에 참석해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비록 1회로 끝났지만 생각만 하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 순간을 처음 경험해본 나는 일의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업무 진행에 있어서 내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부분은 완전히 배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지 기획팀 과장에게 따져 물었지만 내게 돌아온 답은 “너 그렇게 안 봤는데?”라는 소리였다.
_ 책 《요즘 직장 생존법》 중에서
입사 0년 차는 이등병과 같다.
‘나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이 회사를 일으키겠어.’ 가끔 이런 사명감을 갖는 신입사원들이 있다. 미안하지만 그 친구들이 낸 아이디어는 이미 몇 년 전에 모두 한 번씩 생각해보거나 혹은 검토해보았으나 더 추진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아이디어인 경우가 많다. 기발함과 창의력도 물론 중요하다. 신입사원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1인분’ 역할을 하기 전까지는 일단 좋은 아이디어는 개인적으로 간직하는 게 좋다.
회사에서 볼 때 입사 0년 차는 이등병과 같다.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그 회사에서 쌓는 연륜이란 건 무시 못한다. 군대에 가면 서울대 출신도 처음에는 어리숙한 것과 똑같은 이치다. 특히 대기업에 취직하면 교육을 정말 오랫동안 받는다. 답은 간단하다. 대학생 DNA를 직장인의 그것으로, 이 회사의 일원으로 바꿔놓기 위한 물밑 작업인 셈이다. 참고로 이런 정신 교육은 해마다 한다. 교육을 하고 또 해도 실제로 근무하며 2~3년 체화되는 시간을 거쳐야 ‘진짜 직장인’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에서 직장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이디어 측면에서는 내 것을 온전히 내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신입 시절 내 아이디어는 그 과장의 현실적인 계획 덕분에 실현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입사 0~2년 차에 좋은 아이디어를 온전히 나만의 기획으로, 결과로 만들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한 발 양보하고 조언을 구하고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훗날 내가 그 과장과 같은 실무자의 위치가 되었을 때 열정과 아이디어를 가진 신입사원을 만난다면 그 사람을 존중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사 0~2년 차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만드는 방법
사회의 때가 묻지 않았을 때 떠오른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파일로 잘 정리해두자. 그리고 업무가 손에 익었을 때 다시 열어보자. 아마 절반은 별로일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담당자로서 실현해야 한다고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다. 회사라는 곳이 참 희한한 게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참 만에 봐도 좋은 아이디어이고 내 업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때 밖으로 꺼내 말해도 좋다.
선배의 가르침에는 지름길이 있을 뿐 그것이 진리는 아니다. 그래도 당신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은 선배 말은 반은 겸손히 새겨듣고 한 번은 배운 대로 해보고 나머지 반은 흘려듣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당신의 연차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 당신의 내공을 담아 발전시켜도 기회는 충분하다. 모나지 않기,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자발적인 적극성. 신입사원은 이 세 가지면 예쁨 받으면서 남의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다. 팀장이 나보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을 수 있고, 맨날 혼나는 저 대리는 진짜 좀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지금 같으면 입사도 못했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나의 필요에 의해 선배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 덜 억울하다. 주변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살피고 당신이 유능해지면 된다. 회사는 가방 끈보다 짬밥이다.
박을 용기가 없다면 참아야 하는 회사 생활. 여러분이 만약 아이디어를 빼앗긴다면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여러분의 멘탈과 연봉을 슬기롭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