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하이리스크 노리턴'의 시대

ROUND 11. 퇴사는 리스크 헷징, 회사는 리스크 테이킹

by 뉴프레임코웍스




오랜만에 찾은 강남역 인근은 스타트업이 즐비한 뉴욕의 소호를 재구성한 것 같았다. 위워크(wework)와 독립형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 브루어리, 랩탑을 켜 둔 채 식사와 통화와 일 처리를 한 번에 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서 나도 꽤 오랜만에 비즈니스 슈트를 입고 회사원들과 섞여 점심을 먹었다.




"앨리슨(나의 영어 이름), 이제 회사로 돌아오는 건 관심이 없는 거야?"

"우선은 지금 하는 일이 재밌어요. 제 이름 세 글자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해보고 싶어요."




오늘 점심은 예전에 다녔던 회사 다른 부서의 이사님과 과거 경쟁사의 이사님과 함께다. 이제는 또 다른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장 그리고 부사장으로 일하고 계신다. 어젠다가 분명 하나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대화, 예의와 자존심을 동시에 표현하는 옷차림, 대화에 방해될 요소가 전혀 없는 멋진 장소. 낯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직도 회사 물이 덜 빠진 모양이다.




"요즘은 영입을 제안하면, 다 앨리슨 같은 반응이야. 왜 다들 이렇게 회사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나는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잠시 물 잔을 바라봤다. 어쩌면 결코 누군가는 끝까지 이해할 수 없을 이 이유.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한 마디로 간단하다.




"회사를 다니는 게, 결국은 더 큰 리스크 테이킹이니까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체력, 집중력, 열의 및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가장 큰 때. 부족한 것은 단 하나, 경험뿐이다. 그래서 회사에 입사하고, 가장 기량 좋은 그 시절을 바쳐 열심히 일한다. 대가는 월급이지만 희생은 혹독하다. 9to6의 삶을 건사하기 위해서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회사를 삶의 중심에 둔 채로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짜 리스크는 따로 있다. 그렇게 죽도록 열심히 일해서 경력이 10년 차를 넘어섰을 때, 회사를 둘러보면 아찔하다. 나의 10년 뒤가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 5년 뒤는 눈에 선했다. 잘리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허우적거리고 있는 이사/상무 직급의 임원의 모습이 눈 앞에 있었다.




산업화 고속성장 시대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20대 중반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아파트 평수 늘리고, 차도 중형 세단으로 바꾸다, 60대 정년퇴직 후 퇴직금과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맞는 삶에서 회사는 삶을 지탱해주는 일종의 '기본값'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것이다. 40세가 넘어간 경험 많은 인재를 회사는 부담스러워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오너가 되든지 오너 입맛에 맞는 영혼 없는 사람이 되든지 아니면 집에 가든지.




40대 초반에서 중반. 회사가 들려 보내준 퇴직금 쥐고 방출되어 사회로 나오면 아직 남은 수명은 까마득하게 길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지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회사를 키워가고, 업계 평판을 최고로 올려놓고, 그 위를 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누적되고 있는 퇴직금 말고는 내게 돌아오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하라고 말한다. 단, 회사에 다니는 동안 지시 속에서 일하는 경험 말고 일을 벌이고 성과를 달성해서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었던 치열한 삶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와서 '장래희망'을 다시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서 다시 인턴으로 돌아간 듯 하나씩 새로 쌓으라고 말한다.




물론 그 시간은 지옥 같다. 꿀처럼 달콤한 연봉도 없고, 든든한 회사 이름도 없다. 푸대접과 거절이 기본값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기를 체력과 열정이 다 소진된 40대에 씁쓸한 은퇴라는 이름의 퇴직 이후 보다 아직 버둥거릴 수 있는 30대에 맞는 것이 훨씬 더 인생 전반에서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방법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이런 퇴사 이후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 때, 회사로 잠시 돌아가는 것도 30대라면 가능하다.)




30대는 퇴사를 통해 인생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설계해보는데 가장 최적의 나이 때다. 반드시 회사라는 테두리가 없어도 인생을 건사할 생존 능력을 가졌는지 확인해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3개월이든, 6개월이든, 1년이든 회사 생활을 멈추고 (육아휴직은 정말 활용하기에 좋은 제도다), 혼자서 생계를 유지할 능력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인생에서 다시는 없는 리스크 헷징의 기회일 수 있다. 달콤한 월급 너머로 우리는 이 시대를 살며 꼭 기억해야 한다. 회사는 나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 ROUND 10을 마치며




20대에는 회사에서 롤모델을 찾기 어렵거나, 환경에 문제가 있을 때는 이직을 했습니다. 하지만 30대에는 달라지더라구요. 보고 참고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40대, 50대가 능력을 빛내며 일하는 경우 자체를 만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얼마나 인생에 위험한 리스크를 그냥 두는 건지 깨닫게 됐습니다.




저는 퇴사하며 저 스스로를 주제로 '탈회사형인간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내게 1년이라는 시간을 주자. 1년 동안 나는 그동안 갈고닦은 실무적 능력과 다양한 인프라,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을 가지고 뭐든 해보겠노라고요. 남들은 회사 그만두고 1년 동안 여행도 가는데, 저는 이 1년을 인생여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그 1년을 더 늘려서 더 오래 이렇게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접하셨다면, 출근해서 주변을 둘러보세요. 10년 뒤, 5년 뒤에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사는 상사나 임원, 대표가 있는지 꼭 자문하세요. 그리고 그 안에 희망이 없다면 퇴사에 대해 고려해보세요. 당장 퇴사하고 스스로 창업과 프리랜서로 뛰어드는 게 어렵다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태동하는 스타트업 이직도 좋은 옵션입니다. 삶의 주체성을 다시 되찾는데 도움이 되는 무엇이라도 시도해보다 보면,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보일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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