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자신감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ROUND 10. '자존감'과 '퇴사'의 상관관계

by 뉴프레임코웍스

퇴사 후 발견한 진짜 자존감




"부족한 게 많다고 겸손해하지만, 자기 일 탁월하게 잘해. 아주 기대되는 후배야."




그 언젠가 내가 받았던 좋은 평가다. 합리적인 의사판단과 군더더기 없는 일 진행을 하는 한 임원분의 칭찬이라 더 의미있었다. 병아리 시기를 지나 이르게 팀장직에 올랐을 때,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판단도 잘 안되던 때다. 글로벌 임원들과 텔레컨퍼런스를 마치고 나오는 회의실에서 들은 저 한 마디는 나를 훨훨 날아다니게 했다.




"이런 것까지 내가 검토를 하고 바로 잡아줘야 하는건가? 정말 중요한 게 뭔지 몰라?"




이건 다른 임원분으로부터 들었던 질책이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던 질책의 순간이 지나도, 임원분의 방을 나와서도, 계속 쓰렸고 아팠다. 점심 시간이 되었지만, 의기소침해져서 밥이 잘 넘어가질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다그침을 받던 내가 안쓰럽다. 왜 나는 당당하게 내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을까 싶다.







회사에 다닐 때는 정말 그랬다. 누군가의 평가에 기분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평가에 따라 내 인생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기도 했고, 꼬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평점심을 찾으려고 애쓰고 허우적거렸다. 어차피 나는 같은 강주희라는 한 사람이었고, 늘 같은 자세와 판단기준, 경험을 근거로 일에 임했는데 말이다.




퇴사 후, 탈회사형인간으로 혼자 일을 진행해보니 그것이 '자존감'의 문제임을 매번 깨닫는다. 이제는 칭찬이나 질책도 없다. 온전히 내가 벌인 일들에 대해 내가 책임지고, 성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전략적으로 성공했던 부분과 반복하면 안되는 실수를 거름망 하나 없이 내 뼈에 새기듯 품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성과가 나면 '그래, 내가 노력하니 되는구나'싶었지만, 부진할 때에는 '막막하다. 난 어쩌면 별 다른 재능이 없는지도 몰라'하는 천국과 지옥을 스스로 오갔다. 워렌 버핏만큼 많이 벌다가 최순실 만큼 나라를 말아먹은 것도 아니었다. 내 마음만 분주했다. 그럴 땐 또 스스로를 탓했다. '어쩌면 난 그릇이 너무 작은지도 몰라'하고 말이다.








자존감은 인생 전반에 걸쳐 중요하다. 결과와 상관 없이 스스로의 값진 노력들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사 시기에는 특히나 더 중요하다. 삶의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기본 생활 유비지를 포함한) 돈보다도 더 중요하다. 목표는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고, 돈은 애초에 내것이 없다면 외부에서 조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존감은 아니다. 철저히 스스로의 내면에서 결정화되어 있는 알맹이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존감은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나를 믿었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에서 회사를 나왔다. 나를 몰랐던 것이다. 자신감은 차있으나, 자존감은 낮았다는 걸. 자존감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연습해본 적이 없었다. 꽤 좋은 회사와 두둑한 월급, 큼직한 프로젝트와 사람들의 인정 같은 것들 사이를 멋진 수트 차림으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헤매고 다닐 때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뉴프레임코웍스에 투자를 원하신다고요?"




퇴사 후에 시작한 혼자만의 프로젝트들이 성과를 내자, 놀랍게도 제안들이 생겼다. 투자를 하겠다거나, 프로젝트를 사겠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5월 말, 나는 모든 제안을 뒤로 하고 혼자를 택했다.




이유는 내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를 나온 한낮의 그날처럼. 바글거리던 사람들과 귀를 휘감던 달콤한 유혹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시끌벅적함 뒤에 찾아온 고요는 나를 어지럽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마치 옳은 일을 해낸 것 처럼 편했다.




무언가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회사를 나올 때는 없었던 것이 생겨있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이 나쁠 때도 있었다. 실적이나 사람들의 평가가 좋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어떤 의견에 불과하다. 완전히 혼자가 되기를 택해보니 누군가의 평가, 누군가의 선택은 인생에서 털끝만큼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결과 역시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라는 건 수 많은 변칙요소에 의해 좌우되며, 대부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한 단어로 '운')에 달려있다. 결과에 매달리는 것은 사람을 괴롭게 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온 마음을 매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가 행복을 지탱해준다. 내 노력을 스스로 귀하게 여기는 것. 퇴사 후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 ROUND 10, '자존감' 없이 퇴사하지마세요.




저는 평소에 참 퇴사를 많이 권하지만, 타인의 평가에 많이 좌우되는 사람이라면 회사원으로 살아가시길 권장합니다. 퇴사를 하고나면, 그 이후의 삶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평가까지도 나의 몫이 되지요. 남이 내린 평가는 무시라도 하면 되지만, 내가 나를 위해 내린 평가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중요합니다. 평가는 평가대로 냉정하여도, 나의 노력은 나의 노력대로 스스로 귀하게 여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패해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책이 요즘 참 많더군요. 그만큼 실패하면 괜찮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퇴사 하면 부족한 자신에게 정말로 부족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 역시 아주 바쁘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 5월이 지나갑니다. 이 글 읽으시는 모두 한 달을 사느라, 일주일을 사느라, 그리고 오늘을 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스스로에게 정말로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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