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될 대로 돼라'를 허락해주세요

ROUND 9. 선 사고 치기 후 수습하기의 미학

by 뉴프레임코웍스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제출된 사직서. 회사와 완전히 이별하고 거리로 나왔던 그날. 어떤 생각도, 대책도, 계획도 없었던 그 날.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이었는지 싶다. 하지만 나는 지금 잘 먹고 잘 산다. 나는 다시 기회가 생겨도 퇴사할 것이다. 가능한 더 빨리, 그 어떤 미련도 없이, '될 대로 돼라'라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누가 다시 회사로 돌아갈 기회를 준대도 나는 대답할 것이다.




"이 좋은 탈회사형인간의 삶을 놔두고, 내가 왜?"




내 기준이 우선인 삶.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삶. 지위에 기대어 부당을 저지르는 사람은 피해 가며 살 수 있는 삶. 더 할 것인지 좀 쉴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삶. 내게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이런 삶. (다시 강조하지만 퇴사 이후의 삶은 회사라는 체제를 벗어나 자립하여 사는 형태다. 백수/실직자/자발적 구직 포기자와 동의어가 아니다.)








퇴사를 하고 처음엔 불안했다. 아무 대책도 없었기 때문에, '자유'라는 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마치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됐을 때 느끼는 기분과 비슷했다. 정해진 시간표가 없어, 수강신청을 하면서도 '이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지 않은가. '공부해라, 조용히 해라' 같은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져, 조금은 얼떨떨하면서 묘하게 불안했던 그 느낌 말이다.




퇴사 후 무한정으로 늘어난 자유의 불안감에서 날 구제해준 것은 '될 대로 돼라' 정신이었다. 될 대로 돼라 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면 민폐 1순위가 된다. 회사에는 사고 치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보통은 매우 상식적이고 성실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할 수 없이 후자가 되고, 만성피로와 억울함이 몸과 마음속에 그득그득 쌓여간다. 즉, '될 대로 돼라'식의 사람들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 1순위가 된다.




퇴사 이후의 삶은 완전히 반대다. '될 대로 돼라'식의 자유를 즐기겠다는 깡으로 무장해야 한다. (민폐형 될 대로 되라와는 종류가 다르다.) 불안감은 잠시일 뿐이다. 작게는 회사의 규율(code of conduct 류의)과 상관없이 머리스타일은 무엇으로 할지부터, 궁극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과 살고 싶은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마치 대학생이 됐을 때, 아무도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이 없어 낯설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최고로 자유로웠던 시절처럼. 퇴사 이후의 시간도 '자유'에 적응하는 시기만 지나고 나면, 천국과 같은 삶이 펼쳐진다.




문제는 '될 대로 돼라'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회사를 다니며, 세일하는 옷 정도나 질러보는 정도에 그쳐야 했던 자유를 갑자기 삶 전반으로 확장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이렇게 써도 될지, 걱정이 눈 앞을 가린다. 확고한 목표가 있으나 없으나, 인생이 송두리째 잘못되어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은 너무나도 쉽게 우리를 뒤덮어버린다.




나도 여전히 이 불안과 싸운다. 그럴 때마다 떠올린다. 원래 사는 건 내 마음 같이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회사를 다녔거나, 다니지 않았거나 인생은 어차피 예측 불가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내 마음먹은 대로 인생이 살아진 적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망가지지 않으려고 다잡고 살아도, 될 대로 돼라 하며 살아도 어차피 인생은 마음대로 풀려나가지 않는다. 살면서 '진짜 큰 일 났다, 와 이거 어떻게 하냐' 했던 위기의 순간들을 떠올려보라. 어떻게든 애를 썼고, 수습이 안된 일들도 있었지만, 시간은 흐르고, 그것들은 과거가 됐고,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와있다.










이제 탈회사형인간 꽉 채운 4개월 차. 그 사이 2개의 브랜드를 론칭시켰고, 1개의 네이밍/브랜딩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3개의 신사업 개발과 1개의 새로운 브랜드 론칭이 진행 중에 있다. 나는 요즘 말하는 인싸 같은 성격도 아니다. SNS에서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내게, 이렇게나 많은 일들이 예측할 수 없이 찾아들어 바쁘게 일하고 있다. 전혀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삶이다.




인스타그램이 알려주는 지난 2년 전 오늘에 나는 도쿄 여행 중이었다. 1년 전은 2주 휴가를 내고 뉴저지-뉴욕-샌프란시스코-도쿄를 여행 중이었다. 회사 다니며 꿀 같은 휴가를 즐기던 그때는 내가 이렇게 살지 전혀 상상도 못 했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돈 벌면 여행 떠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게 죽을 때까지 반복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나 달라져있다.




그리고 즐겁고 재밌다.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성취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하다. 사고 치기 같았던 나의 퇴사는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으로부터 열심히 살아갈 기회들이 찾아와서 먹고 살 정도의 문제가 수습되고 있다. 나도 이제는 깡다구가 좀 더 생겨서,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으면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내본다. '될 대로 되라지, 씹히면 어때.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SEND를 누른다. 답이 오면 미팅을 하고, 답이 오지 않으면 이번 기회는 꽝인가 보다-하고 넘길 수 있게 됐다.




'여유를 가져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어떻게든 다 살아진다'

'스스로를 책임감으로 너무 짓누르지 말아라.'

'스스로에게 될 대로 되라를 허용해라.'




회사를 나온 후, 스스로에게 제일 많이 들려주는 말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져도 괜찮다. 마음을 짓누르거나 망설이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퇴사라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될 대로 돼라'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 ROUND 9, 용기에 관한 것이 아닌 '될 대로 돼라'




될 대로 돼라, 눈 질끈 감고 외치는 게 태생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식적이고, 책임감 강하며, 성실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런 분들은 회사를 다닐 때 스트레스가 극강에 달합니다. 남들은 다 나 몰라라 하는 그 일 때문에, 혼자 마음 앓이 해본 적 있다면 이런 부류에 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 세상에는 상식적이지 않고, 책임감 따위는 모르는 뻔뻔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성격이 아니더라도, 누군 몰라서 못 그러겠습니까. '될 대로 돼라'가 안 되는 이유는 회사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입니다. 단체생활이고, 해내야 하는 저마다의 일이 있으니 그렇겠지요. 회사는 필연적으로 개인에게 자유보다는 책임이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공간입니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해내야 하는 것이 많은 삶에 갇혀 살다 보면, 먹고 싶은 것도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탈회사형인간으로서의 삶을 권장합니다. 갭이어(GAP YEAR)든, 육아휴직이든, 퇴사든 뭐든지 좋습니다. 단체를 벗어나 오롯이 '나'라는 개인과 개인의 희망사항에게 집중하면, 얼마나 억누르고 살았던 것이 많은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나'에 집중하는 이 삶이 얼마나 행복한 지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한 번쯤은 '될 대로 돼라'에 나를 맡겨보는, 퇴사 같은 답안도 선택지에 포함해보세요.




어차피 알파고로도 계산되지 않는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 같은 건 없습니다. 내가 하는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당신이 원하는 살아갈 자양분과 용기가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상황이 생기면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다 해내고야 말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예측하려고 하지 말자고요. 인생이란 예측되지 않고, 우리는 매 순간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요?




Photo by Jon Tyson on Unsplash (Free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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