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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프레임코웍스 Aug 18. 2019

쇼미더머니, 웰메이드 비즈니스 모델

RULE BREAKER 9. 쇼미더머니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플렉싱'으로



2018년 말, 드렁큰타이거가 활동 종료를 알렸다. 은퇴는 아니다. 타이거JK라는 이름을 통해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힙합을 선보이겠다고 함께 알렸다. 힙합이 언더그라운드와 저항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데뷔 초기의 드렁큰타이거. 디제이샤인(좌)와 타이거JK(우). 저 세상 힙합이 사진을 넘어 느껴진다



1999년 드렁큰타이거가 힙합이라는 음악으로 데뷔할 때만 해도, '노래인데 음이 왜 없느냐', '카메라에 삿대질을 왜 하느냐'라는 이유로 방송 관계자들에게 훈계를 매일 들어야 했다는 건 힙합에 관심이 좀 있다면 다 아는 이야기다.



드렁큰타이거가 데뷔하고 20년이 흐른 지금, '새 시대'를 언급한 건 이 때문이다. 세상도 힙합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힙합은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장르이자, 자유롭게 성공을 만끽하는 플렉싱이라는 문화 코드로 자라났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8번째 시즌을 맞는 '쇼미더머니'가 있다.




쇼미더머니, 힙합과 비즈니스의 연결고리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앤디 워홀이 실제 이 말을 했건 하지 않았건, 중요한 건 유명세는 돈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 나쁜 퍼블리시티(기사거리가 되는 것)는 없다"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유효하다. 유명하다는 건 이름이 알려졌다는 말이고, 사람들은 기꺼이 유명세의 이유를 알기 위해 모여든다. 유명세는 '치트키'다. 요즘 같은 초연결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쇼미더머니는 '어마어마하게 유명해질 기회'를 제공한다. 골방이나 음반 작업실에서 침 튀기며 연습하던 래퍼들을 무대 위로 올려놓는데 1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8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동안 '나는 쇼미더머니 같은 곳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선언도 자취를 감췄다. 쇼미더머니는 누가 뭐래도 엄청나게 유명해지고, (쇼미더머니 이전에 어렵사리) 이미 유명해진 사람들과 연결되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최고의 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위는 쇼미더머니2에 참가한 스윙스, 아래는 스윙스가 이끄는 레이블의 2018년 단체 사진. 엄청난 인지도를 쌓으며 성공한 그는 쇼미더머니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힌다



쇼미더머니의 유명세 제공 및 이미 유명한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는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풍년을 가져오는데 한 몫한다. 예를 들면 MC메타는 몰라도 쇼미더머니를 통해 조명받은 스윙스는 아는 셈이다. 스윙스 외에도 매드클라운, 딘, 키드밀리, 넉살, 창모, 해쉬스완, 슈퍼비, 비와이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참가자와 프로듀서들이 유명세의 수혜자가 되었다.



참가자였던 스윙스와 기리보이는 저스트뮤직/인디고뮤직/위더플럭레코즈를 이끌고 있으며, 슈퍼비는 영앤리치레코즈를 설립했다. 이미 유명한 도끼/더콰이엇/빈지노는 일리네어레코즈 산하에 앰비션 뮤직을 신설하고 쇼미더머니를 통해 얼굴을 알린 아티스트들을 대거 영입했다. 박재범을 중심으로 한 AOMG도 마찬가지다. 로꼬/우원재 같은 아티스트를 영입하며 하이어뮤직까지 신설하는 등 상승세다. (이 외에도 너무 많은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있어 다 표기하지 못할 정도다)



일리네어레코즈-앰비션뮤직은 입단하게 되면 롤렉스를 선물로 준다. AOMG는 벤볼러의 목걸이를 선물로 준다. 이는 액면가 몇 천만 원 그 이상, 성공의 상징이다.



쇼미더머니 이후 힙합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가난한 음악에서 성공의 지름길 같은 이미지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위에 나열된 아티스트들은 가난했던 과거가 있었지만 현재는 유명세를 얻으며 수 억 원대의 돈을 벌 정도로 성공했다는 내용의 랩뮤직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들이 직접 쓴 가사에는 슈퍼카, 롤렉스, 벤볼러 등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쇼미더머니는 어쩌면 힙합 판 와디즈가 아닐까. 성공한 리워드 펀딩을 주목받은 랩스타의 개념으로 치환해보라. 주목을 받고 응원을 받아 시장에 나온다는 점이 일치한다.




겉은 오디션, 속은 웰메이드 비즈니스 모델



한 때는 TV를 틀면 오디션이 넘쳐났다. 슈퍼스타K나 K-POP스타는 갔어도 쇼미더머니는 아직 살아있다. 이는 쇼미더머니가 하나의 잘 짜인 비즈니스 모델로서 아직도 부가가치를 계속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는 힙합을 주제로 하는 '단일 장르 오디션'이다. 단일 장르 오디션은 타겟팅을 좁고 깊게 가져간다.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말을 따오자면, 초기에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주변인들에게 바이럴을 퍼뜨려줄 '스니저(SNEAZER)'가 다른 오디션보다 더 강력하게 존재한다.



일리네어레코즈의 빈지노가 쇼미더머니를 통해 발굴된 해쉬스완, 김효은 등과 함께 예능을 펼치는 콘텐츠. 유튜브 딩고 프리스타일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밸류 체인'이 확실하다. 쇼미더머니 참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력과 실력을 선보이면, 프로듀서와 연결되거나 유명 레이블에 영입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이쯤 되면 유능한 프로듀서나 유명 아티스트와의 공동 작업/공동 공연 등을 펼칠 확률은 거의 99.9%. 각종 음원 및 공연 수익과 행사 수익은 알아서 따라온다. 딩고 프리스타일 같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레이블 별 콘텐츠에 등장해 얼굴을 알리고 팬덤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덤이다. (레이블도 얻는 게 많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영입하며 신규 팬층을 늘려가고, 공연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



물론 단일 장르 오디션은 쇼미더머니 이후에도 많았다. 디제잉을 주제로 한 헤드라이너, 오페라싱잉에 뿌리를 둔 오페라스타와 팬텀싱어, 최근 인기몰이를 했던 미스트롯까지. 하지만 쇼미더머니와의 가장 큰 차이는 일단 오디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후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비즈니스 밸류 체인이 없다는 점이다. 프로듀서도 붙지 않고, 합동 공연이나 페스티벌 무대에 설 자리가 부족하다. 결과적 성공신화를 쓰지 못하면 오디션은 이내 빛을 잃는다.



쇼미더머니는 그저 그런 오디션이 아니다. 돈이 되는 시장과 타겟이 확실하고, 참가자와 프로듀서 간의 윈윈 구조가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금까지 오디션이 하나의 인물을 발탁할 순 있어도 대중문화의 흐름을 새롭게 재편한 사례가 있었던가? 비즈니스와 마케팅은 결과에 충실한다. 어떤 성공에는 반드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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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구글 및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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