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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프레임코웍스 Nov 03. 2019

'실검도 댓글도 없이'라는
어느 플랫폼의 결정

RULE BREAKER 17. 카카오 


'실검과 댓글 없이'라는 어느 플랫폼의 결정



2019년 10월 25일, 카카오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에 관한 중대 사항을 발표했다. 전 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무방한 '카카오톡' 내 # 메뉴에서 실시간 이슈 검색 서비스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 조치는 빠르게 이루어졌으며, 현재는 DAUM 연예 기사 및 카카오 채널로 송출되는 기사에 대해 댓글 작성 기능까지 사라진 상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물 연관 검색 키워드도 올해 안으로 중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계획'을 발표 중인 조수용, 여민수 카카오 공동 대표의 모습



'뉴스보다 더 재미있는 댓글'이라는 말이 있던 때가 있었다. 뉴스는 정제된 언어로 사실을 전달하지만, 뉴스를 읽은 사람들의 솔직한 속내가 담긴 일종의 여론은 댓글 속에 있기 때문일 테다. 공감 또는 비공감을 얻은 댓글들은 상위에 노출되었고, 댓글을 찬성/반박하는 대댓글이 줄지어 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즉, 댓글은 재미와 자극이 가득 담긴 콘텐츠였고, 더 많은 페이지뷰와 더 긴 플랫폼 내 체류 시간을 만드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리고 이렇게 자극적으로 형성된 여론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 역할을 한 것이 실검이다. 



이런 실검과 댓글을 없애겠다는 이날의 기자간담회는 이름 붙여진 그대로 '긴급' 조치였다. 10월 14일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 '설리'의 죽음 이후 11일 만이었다.




플랫폼을 존속하게 하는 것은 '사람'



플랫폼은 본래 대중교통의 정거장 또는 승하차장만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지칭하고 있다. MS/시스코/델/인텔이 주도하던 PC 시대가 가고, 정보화 사회의 도래와 함께 생성된 개념인 셈이다. 카카오는 그렇게 사람을 이어가며 성장한 새 시대의 플랫폼 서비스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도, 구글도, 아마존도,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고 존속한다.



카카오의 결정을 룰브레이커로 소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카카오의 결정은 사람들을 모아 정보의 교류가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해두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이 스스로 '특정 콘텐츠의 생산과 교류를 차단시킨다'는 규제을 선포했다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미 사람들이 남기고 간 일종의 콘텐츠를 운영 규칙에 따라 검열 및 배제시키는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 특정 종류의 콘텐츠의 생성 자체를 막는다는 것. 이는 달라진 시대상 또는 시대를 관통하는 한 정서가 이미 플랫폼 비즈니스가 담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형태가 되었고, 운영 규칙 및 시스템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올해 방영된 tvN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포털 윤리강령을 발표하는 모습. '사람'을 중심에 둔 플랫폼 비즈니스의 옳은 결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카카오의 이런 결정은 무능이라기보다는 '윤리'에 기반한 반성에 가깝다. 카카오는 전 국민을 품고 성장했고, 전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정도로 거대해진 플랫폼이다. 사람에게 끼칠 수 있는 나쁜 영향력을 경계하고 좋은 영향력을 가진 상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윤리의식을 폭발시키듯 제동을 거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역할 중 하나라고 판단한 듯하다. 



실제 기자간담회 현장이나 입장을 정리한 전문에는 설리의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안타까운 사건',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의 등장은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맥락을 짐작케 한다. 조회수 장사를 해야만 하는 언론, 그 콘텐츠를 끌어다 퍼뜨릴 수밖에 없는 플랫폼, (언론사 페이지가 아닌 플랫폼에 집중된) 댓글이라는 콘텐츠 혹은 어떤 배출구, 그리고 그 덕에 늘어난 페이지뷰와 사용자 체류 시간으로 내는 광고 수익. 카카오의 결정은 영향력이 막대한 한 플랫폼이 내린 자기 파괴적인, 그러나 한편으로는 건강한 미래를 위한 긍정적 룰브레이킹의 신호다.




카카오의 '브레이크'만으로는 부족하다



'댓글도 실검도 없이'라는 카카오의 결정은 기술로 연결된 사람들의 통제되지 않은 어떤 점을 잠깐 멈춘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서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윤을 창출해도 문제없다는 의식이 그대로라면 말이다. 사람들은 악플의 교류에 그 어떤 제한도 없는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긴급하고도 절박한 이 결정이 의미를 잃지 않으려면, 플랫폼의 중심이 사람이기에 결국 변해야 할 것은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개인의 또는 커뮤니티의 웹페이지, 그룹채팅방, 메신저 등을 통해 어떤 루머 또는 사실이되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소한 성범죄자의 정보보다 성인 상태의 유명인의 사생활이 더 빨리 퍼져나간다는 건 정보화시대를 넘어 초고속 인터넷,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가상화폐, 양자컴퓨터 등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뒤쳐진 사람들의 슬픈 자화상이자 비극이다. 이미 접했던 수 많은 인신공격과 뒷따랐던 비보들을 기억하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옛말에 기대어 카카오의 이번 결정과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 카카오의 용단이 이 사회에 유의미한 발전을 끌어당길 수 있는 룰브레이킹 이벤트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악플 및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의 유출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유명을 달리한 모든 분들을 평안을 기원하며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 사진출처 - 구글

* 뉴프레임코웍스 - https://newframe.imweb.me/

*  룰브레이커즈 시리즈는 뉴프레임코웍스가 추구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브랜드, 인물, 사건 등에 대해 소개합니다. 뉴프레임코웍스는 일종의 마케팅 프로젝트이지만,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뉴프레임코웍스는 룰셋터(RULE SETTER)의 공식,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룰브레이커(RULE BREAKER)의 정신을 담은 물건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활동을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 이야기를 보고, 함께 나누고 있다면, 당신도 이미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뉴프레임코웍스 크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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