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생일, 책을 선물로 준다는 것
'진짜 웬일이래 미친 거야?'
작년도 그랬고 올해 생일도 책을 선물해달라는 동생을 보면 신기하다.
그녀 역시 망나니 같은 오빠가 책을 보기 시작할 때 단단히 미친 줄 알았단다.
책을 꾸준히 보면 사람의 생각이나 말, 행동이 조금씩 변한다는데,
이게 다이어트처럼 몸무게를 재거나
거울 앞에서 윗퉁을 까고 온갖뽐세를 부리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답답하단 말이지.
키는 멈췄어도... 마음과 지성만큼은
2미터 3미터 찌우고 키울거라 다짐했지만,
또렷한 가늠자가 없는 것은 서글프다.
그래도 어렴풋하게 마음의 성장을 알 수 있는 간접적인 통로는 있었다.
가족이나 친구, 오래도록 나와 함께했던 관계로 부터이다.
동생은, 언제부터인가 엄마의 잔소리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똑부러지게 자기 갈 길 가는 오빠가 달라 보였단다.
(잉? 임마 이거 불효아니더냐..?..�)
찐따였던 오빠가 자기랑 싸울때
팩트폭격 스킬을 갖춘 매서운 아가리 파이터가 되어서 분했단다..�응..? 칭찬맞지?
자. 이 시점에서 일부러 동생 앞에서
괜히 벽돌책들(<생각의 탄생>, <바른 마음>, <코스모스>등
단 한 페이지도 읽지않고 관상용으로 갖춰둠 ㅋㅋㅋㅋ)
을 들고 다니면서 '와... 이거였어!? 이랬던 거야..? 대박!!'
혹은 '하아... 역시 지성인은 세상 살기 피곤하구먼 허허...'
하며 중얼거린것은 널 향한 나의 쇼였음을 숨기지 않겠다. �
언제부터인가 내 책장의 책들을 한 권씩 빼가면서
자기도 책을 사기 시작했다.
곰돌이 푸우, 어피치~ 같은 핑크스럽고 앙증맞은 것들이지만,
그또한
생각이 파고드는 길을 터주기 충분하기에 방심하면 안 될 터였다.
얼마전,
동생이 엄마와의 말싸움을 이기고 당당하게 2박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자신감이 서려있다.
하아... 이 구역에 미친 놈은 나였는데, 참 심란하다.
이 책을 보고 동생이 부디 오라버니에게 상냥한 여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