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FT explorer 허마일 Mar 10. 2020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말, 아무튼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을 마시다.  

#나만알고싶은작가 #닮고싶은작가 #김혼비 #아무튼 #술 #제철소
#고백같은 #리뷰 아무튼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랑과 열정의 덕력을 자랑하는 아무튼 시리즈는 한 사람의 애호의 역사를 150쪽 내외의 에세이에 압축했다.  


엄청난 인기가 왜일까 궁금했는데 역시 가볍고 얇아서 였을까?
오 패딩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콤팩트함이 마음에 들긴 했지...들고 다니면서 읽는 맛이 아주 쏠쏠했으니, 아담한 싸이즈도 한 매력 하시겠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진짜 매력은 양말, 비건, 술, 발레, 문구 등등 흔하디흔한 소재에 담긴 화자의 마음에 있었다.
어렸을 적 추억, 좋아했던 물건에 대한 기억, 친구들과 나누었던 취미들에 대해 섬세하게 기록되어있어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추억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저는 그럼 학창 시절엔 아무튼, 스타크래프트
복학해서는…아무튼, 족구…
지금은 아무튼, 트로트? 정도 되겠지요?ㅋㅋ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아무튼, 술> 저자 김혼비는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작가, 취향저격 베스트5!! 안에 드는 작가다.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시야며, 엉뚱하고 독특한 발상, 문장의 리듬감, 센스 넘치는 언어유희!에 

용기를 내어 직접 찾아뵙고 "사부님..!!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전율을 느끼며 감탄을 내지른다. 


이 책의 주제는 술이다.

술이라면 다들 한 말씀씩 하다 날밤 깔 정도로 추억이 많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저자의 이야기는 허물없는 친구와 함께 술을 나누며 배꼽 빠져라 웃어보는 시간을 만끽하게 해준다.


수능 백일을 앞두고 인생 첫술에 만취해 “나는 배추야” “말하는 배추라고!!” 라며 주사를 부리기도 하고,친구가 파티에서 말아준 폭탄주를 먹고 집에 기어가기도 했다.
영혼의 알콜 단짝 T와의 이야기(지금은 부부)는 사정없이 달달하고 알딸딸했다.
바쁜 현대인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면서 술을 먹는 방법! ‘걷술'(팩소주와 함께 하는 귀갓길)을 전수해주기도 하니! 이 어찌 유익하지 않으리오. 허허허허헣


스트레스 술술 풀리는 작가의 술 맛나는 술 이야기를 몇 개 던져보며, 나도 이만 엄마의 특제양념 닭발에 캔맥주를 먹으러…가야겠다.

 소맥을 말 때 숟가락으로 유리잔의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는 유난스러워서 싫지만, 젓가락으로 아랫술을 윗술 쪽으로 휘젓는 소리는 좋다. 샴페인 뚜껑이 펑 하고 날아가는 소리는 무서워서 싫지만, 잔에 따라진 샴페인에서 기포가 보글대며 힘차게 움직이는 소리는 좋다. 축구를 하고 난 후 목이 탄 축구팀 언니들이 여기저기서 다급하게 맥주 캔 따는 소리는 그렇게 경쾌할 수가 없고, 단숨에 들이켜지는 맥주가 목울대를 넘어가는 소리는 그렇게 호쾌할 수가 없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다.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 우퍼로 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 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
 지난주는 요가의 완패이자 나의 완패였다. 전어회가 제철이라, 막장과 마늘을 살짝 올린 기름진 전어에 소주를 마시느라고, 아버지가 담가준 김치가 막판이라, T가 신김치를 바닥까지 싹싹 긁어 스팸과 집에 있는 모든 야채를 다 넣고 볶은 뒤 흰자는 튀기듯이 바삭하게 노른자는 톡 치면 흘러내리게 익힌 달걀프라이를 얹어 내온 김치볶음밥에 소주를 마시느라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 으슬으슬한 게 오뎅 바가 제격이라, 무가 적당히 우려진 국물에 담겨 푹 익기 직전의 오뎅 꼬치를 쏙쏙 빼어 먹으며 온사케를 마시느라고, 외근이 끝나니 광장시장 근처라, 빈대떡과 고기완자에 막걸리 두 병을 비우고 두 번째 시킬 때 넉넉히 담아 주셔서 아직도 많이 남은 큼직큼직 썬 양파를 툭툭 넣은 간장만으로 막걸리 한 병을 더 비우느라고,


이걸 보고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을 수 있냐고요. 침이 줄줄 꼴딱 이지요.
실제로 10년 넘게 금주해왔떤 지인이 이 책을 보고, 집에서 혼술을 했다니 말다했지라.

자 어서 잔들 드시지요 ㅋㅋㅋㅋ


<김혼비 작가님에게, 술 기운에 남기는 글>


제가 지금 어지러운 것은 당신의 신작을 애타게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당신이 쓴 모든 저서를.. 머리맡에 두고 잡니다.
가위를 누르셔도 좋으니 보고 싶어요. 흑흑흑.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 그만두지 않고 작가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