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재밌는 예시와 비유가 어우러진 쉬운 설명이 물론 인상 깊었습니다만, 애초에 목적성이 뚜렷한 책이니만큼 저는 엄마 지갑에서 지폐를 찾는 심정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때만큼은 트와이스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상 다른 것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
책장이 아주 빠르게 넘어갑니다. 살랑살랑. 책에서 앞머리를 휘날리는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종종 일을 벌이는 걸 ‘기획 능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기획이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말들을 던지는 것이죠. 기획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감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략) 내 일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마무리를 지어야 우주로 가지 않습니다. 구심점은 명확하게, 시선은 멀리 둡시다.
‘그래서 이번 제안서에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문화예술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점이 확실히 강조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요청했다고 합시다. 눈에 거슬리는 단어가 보입니다. ‘니즈’와 문화예술콘텐츠 플랫폼’입니다. 그 니즈란 것이
1.문화예술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2.문화예술을 저렴하게 즐기고 싶다는 것인지
3.문화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는 것인지
4.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싶다는 것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퇴사해도 괜찮아, 시작이 반이다, 일단 저지르고 봐, 대충 살자. 등의 명제는 일단 접어서 서랍 속에 넣어놓으세요. 안 괜찮습니다. 퇴사하고 돌아서면 끝도 보이지 않는 나머지 인생을 제대로 직면할 테니까요.
메르스 같은 질병, 국가적 재난, 갑자기 교통사고 등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들도 수도 없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는 즉각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거나 대처해서 막아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해지죠. (중략) 이땐 세 단계를 꼭 기억하세요.
1. 일단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대피하기
- 저는 지금 방구석에 대피했어요! 선생님. 흑흑.
2. 잠시 숨을 고르며 잃은 것과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해보기
- 네네! 끄덕끄덕 주섬주섬
3.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 네? 어디로..어떻게.. 움직이라고요?
아들아,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작금의 바이러스 사태를 염두에 둔 통찰의 대목에선 영화 ‘기생충’송강호의 명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으나 결코 빤하지 않는 참신함에 덜컥덜컥 발목을 붙잡히더니 어느 순간보니 책에 파묻혀있더군요. (저 수많은 인덱스들이.... 그 증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