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읽고)
얼마 전 자주 가는 카페에 ‘남성은 대체로 이성적이고 여성은 대체로 감성적이라는 데 이게 정말 맞는 이야기인가요? ‘라고 올라온 글에 ‘아니오’라며 장문의 댓글을 달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었다. (육 백 명 같은 여섯 명…)이성 감성과 마찬가지로 외향과 내향이라는 상반되는 두 개의 큰 틀 안에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해 온 것은 오랫동안 학계의 정설로 이어져 온 모양이다. 아니 무슨 OX퀴즈, 청군백군도 아니고 왜 그리 두 쪽으로 가르지 못해 안달일까.
심리학자 융 선생님이 제기한 인격 유형설에 따르면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은 내면세계의 생각과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의 삶과 활동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나는 <더 집중>, <보이는 경향>이라는 희뿌연함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더 집중>도 어떤 활동이냐에 따라 다르다. 방에 틀어박혀 독서, 공부에 몰두했던 빌게이츠는 현재 기후변화와 물 부족 문제 등 지구환경을 위해서 누구보다 뜨겁게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니 외향 내향의 구분 없이 조건과 상황에 따른 밸런스의 문제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보이는 경향>이라 하면 어떤 데이터나 그래프 일 텐데, 측정값이 있으려면 그에 척도가 되는 조건값도 따르기 마련이다. 사교성을 예를 들어보자. 사교력을 측정한다고 해도 대상과 범위, 상황이 만들어내는 기준들은 어지러울 정도로 많아진다. 대상은 가족, 애인, 친구, 선후배, 상사등 으로 대략 나열해보고 범위는 회사, 학교, 작게는 부서, 교실로 쪼갤 수 있고 하물며 명절 가족모임같은 숱한 울타리를 뜻한다. 같은 대상이라도 어떤 울타리냐에 따라 발현되는 사교성의 역량이 다를 것이고, 애인이라는 대상만 봐도 지금 썸타는 관계, 연애중인 관계, 헤어진 여자친구 등 - 또 어떻게 헤어졌는지…아오 어지러워.. 그냥 솔로하시지요.ㅠㅠ - 그 세세한 상황과 정밀한 조건에 따라 우리의 사교성은 탑과 바텀을 오가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자신의 성격을 어떤 포장과 거품없이 보고 있자면 외향과 내향이라는 두 개의 프레임 사이에 고무줄을 두고 때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줏대없는 성향이 보이지 않는가?
(저는 MBTI에서 ENPT가 나왔는데요. 자기만의 세상에서 조용히 놀기 좋아하는 외향인이라 합디다. 이게 뭔가 싶은데,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노래강사로 사는 걸 보면 얼추 맞아 보이기도… 과연 저는 외향인입니까 내향인입니까. 네? 난 이 편입니까 저 편입니까. ㅠㅠ)
전통적인 인격 심리학은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지만 사실 이러한 논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대사회에서는 저마다의 개성이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온전하고 자유로운 개인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굳건한 개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사회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아가려면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따라 융통성 있게 그 개성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
이 책의 저자이자 응용심리학자 탄원페이는 그렇게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명확하게 일축하면서 낡은 생각과 편견을 꼬집고 새롭게 쌓아야하는 인식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본연으로 가지고 있는 다각형의 성향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따듯함은 너무나 호감이다.
"그렇게 혼자만 있는 건 좋지 않아. 너만의 세계에서 좀 나오렴."
"평소에 왜 그렇게 말이 없어?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게 싫어?"
"나중에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런 성격으로는 진급도 어렵고 관리자가 되기도 쉽지 않아."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런 충고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들은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융통성을 키우라고, 조금 더 외향적인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당신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
혼자 있는 걸 때에 따라 좋아하는 것이지 외향 내향의 문제가 아니다. 말이 없을 때도 많을 때도 있는 것이지 외향 내향 문제가 아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저도 집에선 말이 없어요.ㅋㅋㅋㅋ)
게으름, 눈치 없음, 비굴함?? 같은 직장 생활에 불리한 성격들이 있겠다고 백번 양보해도 그것이 외향 내향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우리는 무한정 조건의 스펙트럼 안에서 이리저리 자신의 색깔을 내는 다면적인 존재일 뿐.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따로 있더냐. 가만 보면 있는 거 같기도…ㅠㅠ 하지만 우리! 결코 자책하거나 주눅 들지 맙시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책을 읽으며 정신승리를 한다. 하. 독서 너무나 달콤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