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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FT explorer 허마일 Apr 09. 2020

좌절에도 국가 기술 자격증이 있다면

고대 철학 한 장에 잘 익은 현대 심리학 두 점 올려서! 한 입에 와앙

음… 좌절의 기술이라고라…?? 

여전히 한가로운 나는 또 공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만약에 좌절을 다루는 시험으로 취득 가능한 국가 기술 자격증이 있다면 어떨까? 

(여기서 말한 시험이란, 얼마나 더 처절하게 오열하며 생을 포기하느냐를 테스트 하는 게 아닌, 암울한 현실과 상황 속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좌절을 잘 달래서 부정적인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기술을 뜻하니 단디 짚고 넘어갑시다.)  

이 기술은 범국민적이어서 대학 입시와 취업에 필수적인 스펙은 물론이거니와 신용 등급, 투자 유치, 연애와 결혼 할 것 없이 삶의 모든 분야에 필요로 하는 자격증일지도 모르겠다. 


보통 기술 자격증은 경력과 내공에 맞춰 순서대로 기능사 -> 산업기사 -> 기사 -> 기능장 -> 기술사로 구분되는데 내가 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과연 어떤 등급을 따게 될까..? 

고작 서른 줄이지만, 살아온 나날동안 툴툴거리면서도 어려운 시기들을 이겨냈고, 긍정마인드의 대가라고 할 순 없지만, 유치뽕짝한 희극요소를 적재적소에 심어왔단 말입니다요. 어떻게 기사정도…안 될까요?  


엔간한 시험들이 그렇듯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은, 회복탄력성, 긍정심리학 등 이론이 빠삭하더라도 결국 실전 컨트롤이 안 되면 과락이라는 슬픈 이야기.. 벌써 피로한기.. 시험을 보기도 전에 좌절할 심산이 크다. 시험에 응시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좌절을 이겨냈다는 방증은 되는 것이니 응시자 모두 기능사는 자동 합격 시켜주어야 한다. 옳소! 


좌절 기사를 넘어 기능장, 기술사까지 참으로 욕심이 난다. 언제나 그렇듯 욕망과 좌절은 비례한다던데… 높이 올라갈수록 더 큰 좌절을 맛보게 되겠지? ㅠㅠ 무서우니 학원을 찾아보자. 

회복탄력의 레전드! 명예의 전당 멤버 격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 등 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 강사로 대거 포진한 학원을 다닌다면 폼은 좀 나겠지만, 고대의 고고하신 분들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우리에게 가혹한 꼰대질을 할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고대 철학에 뿌리를 내린 조언은 예나 지금이나 훌륭하지만,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급변하는 흐름, 불확실한 미래, 옳고 그름과 선악의 모호성, 각종 모순덩어리로 가득 찬 오늘날을 함께 살며 같은 눈높이에서 가르침을 줄 실기특강 선생님이다. 어디 계시나이까!!! ㅠㅠ!!



나는 세네카와 에픽테토스 같은 1세기 스토아 철학자들이 제안한 조언과 20세기 후반의 심리학자들이 수행한 연구를 한데 융합했다. 학계의 일부 학자들은 고전적인 스토아주의를 이런 방식으로 건드리면 안 된다며 나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스토아주의를 무슨 대단히 귀중한 고대 유물을 다루듯 한다. (중략) 반면에 나는 스토아주의를 하나의 도구로 취급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마모된 촉을 뾰족하게 갈아야 할 필요는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쓸모가 있을뿐더러 현대의 삶에도 매우 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구로써 말이다. 


우리의 삶을 미술관이라고 생각해보자. 그곳에 있는 그림들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사건이다. 비록 이 미술관에 어떤 그림을 걸지 통제할 우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그림을 어떤 액자에 넣을지에 관해서는 우리가 광범위한 통제력을 갖는다. 

어떤 액자에 넣으면 소름 끼치게 보이는 그림도 다른 액자에 넣으면 웅장해 보일 수 있다. 미술관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낙관주의자는 인생의 그림들을 아름답게 보이게 할 액자에 넣는 사람이고, 비관주의자는 보기 흉한 액자에 넣는 사람이다.

- 좌절의 기술 중 -


이 책의 저자 윌리엄 B. 어빈은, 일상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실생활 팁을 글로 설명해준다. 아모스 트버스키, 대니얼 카너먼 같은 20세기 심리학자들이 얻어낸 통찰을 스토아 철학에 얹어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귀에 쏙쏙 들어오는 비유로 어려울 수 있는 심리학 개념들을 쉽게 주입 시키는데! 오호라~ 이것이 진정! 일타강사의 모습인가 흐뭇해지기까지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코로나 블루, 경제적 불안함… 그리고 앞으로 맞이하게 될 낯설고 막연한 미래까지…크고 작은 좌절들이 바이러스보다 강한 전염력으로 확산하고 있는 지금! 어찌 이 책으로 좌절의 기술 한번 연마해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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