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 인생의 '변수'를 0으로 만든다

부자는 돈을 모으지 않고 '가능'을 산다

"이렇게 아끼고 투자해야 부자 된다."

서점의 재테크 코너와 유튜브를 점령한 이 슬로건은, 사실 거대한 착각 위에 서 있습니다.


교과서를 달달 외우면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매일 10km를 뛰고 닭가슴살만 먹으면 살은 반드시 빠집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세상일에는 이렇게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이 명확한 '공식'이 존재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는 것'은 다릅니다.

살을 빼는 과학적인 공식은 있어도, 부자가 되는 공식은 세상에 없습니다.

운, 타이밍, 시대의 흐름 같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저축하면 부자 된다'는 말을 마치 '공부하면 서울대 간다'(심지어 공부한다고 모두 서울대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만..)는 진리처럼 믿으려 합니다. 왜일까요? 부자가 되는 방법이 없다는 냉혹한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밀려올 불안감을 감당하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저축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어"라는 거짓 위안을 스스로에게 주사하는 것이죠.


제가 본 부의 매커니즘은 다릅니다. 사람들은 거짓위안에 취해 돈을 모으는 데 필사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성실한 저축'이 당신이 부자가 될 길을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저축은 당신의 인생에서 '변수(Variable)'를 제거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똑같은 업무를 하고, 아끼기 위해 똑같은 도시락을 먹으며 100만 원을 통장에 넣는 삶. 이 완벽한 루틴은 당신의 삶을 안전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당신의 인생에 그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게 만듭니다.

수학적으로 명쾌하지 않습니까? 변수가 0인 함수에, 결과값의 변화는 없습니다. 입력값이 어제와 똑같은데, 내일의 통장 잔고가(이자 몇 푼을 제외하고) 드라마틱하게 변할 리 만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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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2천만 원, 인과관계가 뒤집힌 목표


매달 100만 원씩, 먹고 싶은 것 참고 사고 싶은 것 참아가며 10년을 꼬박 모으면 원금 1억 2천만 원이 됩니다. 이자를 합쳐 1억 3~4천만 원정도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에 '복리의 마법'이라는 달콤한 단어를 붙입니다. 하지만 복리가 마법이 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자가 물가 상승률보다 월등히 높은 세상'이어야 하죠.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닙니다. 10년 뒤 손에 쥘 1억 2천만 원이, 과연 지금 당신이 기대하는 그만큼의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물론, 흥청망청 다 써버리는 '탕진'보다는 허리띠 졸라매는 저축이 백번 낫습니다. 탕진은 자기 발전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그저 사라지는 소비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안 쓰는 것이 아니라, '계획된 소비'를 해야 합니다. 내 돈이 나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말입니다.


왜 기업의 재무관리는 돈을 '쓰려고' 하는데, 개인 재무관리는 돈을 '묶으려고'만 할까요?


재무 관리의 관점에서 기업과 개인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목표 설정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납니다. 기업의 목표는 '가치 상승', 즉 매출과 영업이익이라는 소득의 증대입니다. 기업은 이 목표를 위해 R&D에 투자하고, 인재를 영입하며 끊임없이 돈을 씁니다.

그런데 개인은 어떻습니까? 개인의 재무 목표는 이상하게도 '자본의 축적', 즉 저축과 투자 잔고를 늘리는 것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순서가 틀렸습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자본의 축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차적인 효과'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자본을 찔끔찔끔 축적한다고 해서 그것이 소득이라는 거대한 몸통을 키워주지는 못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우리는 지금 인과관계가 뒤바뀐 목표를 붙들고 있습니다. 소득을 늘려야 자산이 쌓이는데, 자산을 쌓아서 부자가 되겠다며 아등바등합니다. 그 뒤집힌 인과관계를 위해, 우리는 10년이라는 귀한 시간과 나를 성장시킬 기회를 헌납하고 학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0%의 확률에 인생을 걸지 마라

우리가 부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떠올려 봅시다.

그들이 스타벅스 커피값을 아껴서, 넷플릭스를 끊어서 부자가 되었나요?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의 일, 사업, 투자에서 얻는 '소득'으로 부자가 되었습니다.


소득은 어디서 올까요?

바로 '기회'에서 옵니다. 소득이 늘어나려면 새로운 기회가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면 일상 이외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똑같은 업무를 하며 100만 원을 저축하는 삶은 안전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루틴 안에서 당신의 소득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확률, 인생을 바꿀 기회를 만날 확률은 정확히 0%입니다.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모른다'는 것입니다.

매일 김치찌개만 먹던 사람이 갑자기 텍사스 정통 브리스킷이 먹고 싶어질 리 없습니다. 동네 뒷산만 오르던 사람이 갑자기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고 꿈꿀 수 없습니다. 우리는 딱 내가 경험해 본 만큼만 상상하고, 경험해 본 만큼만 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써서 '경험의 데이터'를 사야 합니다. 책이든 영상이든, 맛이든 여행이든 내 뇌에 새로운 경험을 때려 넣어야, 비로소 "어? 이런 세상도 있네?", "나도 이걸 해볼까?" 하는 욕망과 기회가 생겨납니다.

100만 원은 이 '나를 알아가는 데이터'를 사는 비용이어야 합니다. 매주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선물하십시오.


거창한 탕진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매번 마시는 아메리카노 대신, 마트에서 낯선 향신료와 식재료를 사서 생전 처음 보는 요리에 도전해 보는 것. (내가 요식업에 감각이 있는지, 미각이 예민한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유료 AI 정기구독을 끊어 내 손으로 코딩을 해보고, 나만의 앱이나 그림을 뚝딱 만들어 보는 것. (내가 기술을 다루는 데 소질이 있는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퇴근 후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목공이나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해 흙과 나무를 만져보는 것. (책상물림인 줄 알았던 내가 사실은 손재주가 뛰어난 장인 기질이 있을지 모릅니다.)

베스트셀러만 읽지 말고, 독립서점에 가서 평소라면 절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철학 잡지나 건축 서적을 사보는 것. (내 관심사가 어디로 확장될 수 있는지 실험해 보는 겁니다.)

주말에 고속버스를 타고 한 번도 안 가본 지방 소도시의 낯선 골목을 걸어보는 것.

이 소비들이 당장 돈을 벌어다 주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저 '재미있었다'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신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나는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구나."

"나는 낯선 곳에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구나."

이 '자기 발견'이 쌓여야 비로소 나만의 소득을 만들 기회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자기에게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당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인생의 R&D'입니다.



소비가 아니라 R&D 비용이다

이제 우리는 재무계획을 다시 써야 합니다.

무조건 '안 쓰는 계획'이 아니라, '잘 쓰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가 버는 돈을 예측하고, 언제 얼마를 나를 위해 투자할지 계획하십시오.


10년 뒤, 화폐 가치 하락으로 힘 빠진 1억 원을 쥐고 있는 '지친 나'와,

지난 10년간 나에게 아낌없이 투자하여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대체 불가능한 능력을 갖춰 지금보다 연봉이 3배 높은 '능력 있는 나' 중에 누가 더 부자에 가까울까요?

100만 원을 아끼는 것보다, 그 100만 원으로 더 많은 기회를 사는 것이 10년 뒤 당신을 더 부유하게 만들 것입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지금 당장 통장에 갇힌 당신의 돈을 꺼내 당신의 '가능성'에 투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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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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