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지켜보며 입술을 깨뭅니다.
조금만 더 내려오면 사야지.
참으로 기묘한 주문입니다. 우리는 분명 이 종목이 오를 것이라 믿고 매수를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승을 목전에 두고 굳이 가격이 꺾이기를 기다립니다. 오를 것이라는 확신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한 머릿속에 공존하는 이 풍경은,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적 분열에 가깝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누군가 주식을 판다는 것은, 적어도 그 가격 위로는 더 이상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더 싸게' 사고 싶어 기다리는 그 시간은, 실은 이 종목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상승을 믿는다면서 정작 상승을 믿지 않는 '바보'들이 던지는 물건을 받아 이익을 챙기겠다는 그 심보. 거기엔 지독한 자기기만이 숨어 있습니다.
심리학과 경제학에서는 이를 ‘통제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 부릅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한 사건들을 마치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과잉된 자의식 말입니다. 종목의 상승도 맞추고, 그 직전의 일시적 하락이라는 타이밍까지 내 손아귀에 넣겠다는 그 오만함. 하지만 시장은 당신의 정교한 타이밍을 위해 잠시 멈춰 서주는 친절한 곳이 아닙니다.
집도, 비트코인도, 그리고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그 종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즉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사는 것이라면 논리적인 매수 시점은 언제나 '지금'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망설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예측은 애초에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대한민국 코스피가 2,400에서 5,300을 넘어오는 동안, 그 숫자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수많은 증거와 지표들이 우상향을 가리키며 지나갈 때도, 막상 5,300을 확신하며 전 재산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나고 나니 보이는 길일 뿐, 그 길 위에 서 있을 때는 누구나 안개 속을 걷는 법입니다.
그러니 남들이 돈을 벌 때 나는 무엇을 했느냐며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수가 2,400일 때도, 어제도,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우리는 모르는 것이 정상입니다. 오히려 투자는 그 '모름'의 틈바구니에서 피어납니다. 모두가 정답을 아는 문제에는 수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틀려야 하고, 그 틀린 쪽의 돈을 맞은 쪽이 가져오는 것이 이 판의 냉혹한 생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틀린 쪽이 반드시 멍청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단지 시장이라는 거대한 카오스 안에서 발생한 확률의 결과일 뿐입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진실은 단 하나입니다. 당신의 '예측'이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예측이 맞을 것이라고 믿는 그 오만한 착각이 계좌를 채워주지도 않습니다. 시장은 당신의 분석을 증명하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 수많은 불확실성을 견뎌낸 자들에게 배당을 나누어주는 전장입니다.
더 싸게 사겠다는 미련으로 기회를 흘려보내고 계십니까? 혹은 자신의 선견지명이 대단한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 들떠 있습니까? 부디 그 자의식의 과잉에서 걸어 나오십시오. 당신의 예측은 틀릴 수 있고, 시장은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결국 투자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확실성에 몸을 던지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