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근거 없는 숫자'가 만든 가격하락

근데 이제 근거 없는 숫자가 현금이 될수도…

어느 날, 마을에서 가장 큰 금은방 주인이 단골손님 수백 명에게 "방문 기념으로 2,000원짜리 사탕을 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려다 실수로 "순금 2,000돈 보관증"을 발송했습니다. 손님들은 눈을 의심했지만, 이내 신이 나서 보관증을 들고 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나 순금 2,000돈(약 8억 원어치) 있는데, 급매로 싸게 팔게요!"라며 너도나도 팔기 시작했고,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됩니다.

금은방 주인은 사실 그만큼의 금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갑자기 '수십만 돈'의 가짜 금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진짜 금값은 순식간에 폭락했고, 금값을 믿고 지키려던 정직한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벼락거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주인은 뒤늦게 "아차, 실수!"라며 보관증을 취소하려 했지만, 이미 시장은 가짜 매물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뒤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금은방 주인의 대처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주인은 금 보관증을 판 대금을 찾으러 온 손님들에게 입구를 막아선 채 이렇게 말합니다. "결국 실제 현금은 한 푼도 안 나갔으니 해결된 거 아닙니까? 제가 인출을 막았으니 우리 금은방 손해는 없습니다. 자, 이제 전산 다 수정했으니 안심하고 돌아가세요!" 주인은 자기 장부에 적힌 숫자를 지우며 문제가 해결됐다고 웃고 있지만, 금은방 밖의 시장은 이미 폭락한 금값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파산하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60조 원'의 유령 매물과 시세 조작

단순히 숫자가 잘못 적힌 것이 아닙니다. 수백 명에게 2,000개씩의 비트코인이 지급되었다는 것은 시장에 약 60조 원 규모의 '가짜 공급'이 주입되었다는 뜻입니다. 거래소가 보유하지도 않은 자산이 매도 주문으로 연결되어 실제 시세를 떨어뜨렸다면, 이는 가상자산법 제10조(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금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사안입니다.

보통 주가를 조작해 가격을 올리려면 막대한 현금을 들여 실제로 주식을 사 모아야 하는 '매입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가격을 떨어뜨려 수익을 내는 방식은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불법임에도 자금조달의 위험이 있습니다.하지만 가격이 떨어질 것에 베팅한 사람(선물 매도 등)이 '가짜 보관증'을 시장에 대량으로 뿌려 가격을 폭락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단 한 푼의 투자금도 쓰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남의 피눈물을 줍는 셈이 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코인이 매도창에 걸리는 순간, 시장은 아무런 비용 없이 파괴되었고 그 하락장에서 누군가는 손쉽게 거액의 수익을 챙겼을 것입니다. 고의 여부를 떠나, 시스템 부실로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하락시킨 책임은 결코 가벼울 수 없습니다.


'지급 정지'는 거래소만의 승리일 뿐입니다

빗썸은 현금이 인출되지 않았으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유령 매물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는 동안, 제값을 주고 비트코인을 샀던 무고한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손절매를 하거나 강제 청산을 당했습니다. 거래소의 금고에서 돈이 나가지 않았다고 해서 시장에 끼친 해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마치 불을 질러 동네를 태워놓고는 "우리 집 패물은 건졌으니 화재는 진압됐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무책임한 논리입니다.


더욱이 진짜 소름 끼치는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본질은 '존재하지 않는 코인이 현금으로 변환될 수 있는 구조' 그 자체입니다.

빗썸이라는 이름의 '무한 화폐 발행기'

이 상황을 은행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누군가 은행 전산에 접속해 송금한 사람도 없는데 제 계좌에 '100억 원'이라는 숫자를 찍어줍니다. 그리고 저는 그 100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합니다. 원래 은행의 돈은 다른 고객들이 맡긴 예금이어야 하지만, 이 시스템 안에서는 '근거 없는 숫자'가 '실제 현금'으로 둔갑합니다.

이번 빗썸 사태에서 유령 코인을 받은 누군가가 실제로 매도를 해서 50억원 이상의 현금화를 했습니다. 다만, 이를 즉시 인출을 못 했을 뿐입니다. 만약 인출이 되었다면, 그 현금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바로 다른 이용자들이 거래소에 맡겨둔 피 같은 예치금입니다.


뱅크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곳감창고'

이 기괴한 시스템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바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기 전까지입니다.

주인 없는 돈을 찍어내고,

그 숫자를 팔아 실제 현금을 빼 가더라도,

당장 모든 사용자가 자기 돈을 찾겠다고 몰려들지 않는다면
이 구멍 난 금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빗썸의 시스템을 주무를 수 있는 누군가에게 이 거래소는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빼서 쓸 수 있는 '주인 없는 곳감창고'와 다를 바 없습니다. 내가 맡긴 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무담보 대출금'이나 '불법 수익'으로 빠져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당신의 예치금은 안전합니까?

빗썸이 말하는 "수정 완료"는 단순히 장부상의 숫자를 맞췄다는 뜻이지, 누군가 내 돈을 빼 쓸 수 있는 통로를 원천 봉쇄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빗썸이 소유하지도 않은 60조 원 규모의 코인이 어떻게 지급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유령 자산이 실제 시세를 움직이고 현금화될 수 있는 이 시스템을 우리가 과연 '금융'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말입니다. 거래소 금고에 불이 나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이미 누군가는 뒷문으로 당신의 자산을 실어 나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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