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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해야 쉴 수 있는 삶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어느 날은 숙제 없이 며칠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여러 날의 숙제를 미리 하다가 울어버렸어요.

숙제 없이 놀고만 싶은데,

미리 숙제를 해 놓아도
다음날 또 그다음 날에도 숙제가 있어서
어디까지 해 놔야 편해지는 건지 모르겠어.



내 친구 혜이에게..


국민학교 때는 하루 종일 구름만 바라봐도

문제 될 것이 없던 방학이 있었는데,

국민학교를 졸업하면서 삶의 방학도 끝난 것 같아.


오늘 해야 할 일과 내일 해야 할 일...

언제나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하며 지내게 되지.


'해야 할 일'의 부담은 일상적인 것이 되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은 오히려 불안할 정도야.


그런데, 그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명확하지가 않았어.


'점수를 더 올려!'     어떻게?     '공부를 해야지.'
'건강을 지켜!'     어떻게?     '운동을 해야지.'
'돈을 모아!'     어떻게?     '더 많이 벌어야지.'



'하루에 2쪽 풀기' 정도의 구체적인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삶의 숙제는 정해진 것이 없더라.

그래서 불안감에 매일 뭐라도 했지만,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지.


내일을 걱정하느라
'준비'라는 허울 속에서
오늘을 헌납하면..
언제 내 삶을 사는 거지?


물론, '내일은 없다.'는 식으로 오늘 탕진하면 안 돼.

다만,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헌납하는 오류를 조심하자는 거야.

사실 '내일'은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이거든..


'내일'과 '내년' 그리고 그보다 더 먼 미래의 숙제는 종이에 쓰고,

거기에 고민과 불안도 함께 적어서 머리는 가볍게 하는 거야.

그 고민과 불안은 머리에 있으나, 종이 위에 있으나 해결되지 않아.

그래도 머리가 가벼워지면 깊게 들이마시는 한숨에도 달달함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오늘에 집중하며 살기 위해서 고민과 불안을 종이 위에 적어두는 것이 '계획'이야.


숙제가 밀리는 날도 있고, 숙제를 미리 해서 편한 날도 있어.

간혹 숙제가 없는 방학을 만날 수도 있을 거야.

그래도, 많은 사람은 아무리 숙제를 해놔도 결국 새로운 숙제가 생기지.


계획이 내일을 숙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계획이 없다면 아무리 내일의 숙제를 해도 불안하지.


벗어날 수 없는 숙제는 '계획'위에 써 놓고
머리를 가볍게 해.

그 고민과 불안은 머리가 아닌 종이 위에 있어도 준비하고 해결할 수 있어.

그러니, 어떤 숙제를 해야 하는지는 종이에 옮겨두고,

이제 머리는 오늘을 느끼며 살게 해주자.

혜이야.


아.. 아빠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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