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공정하지 않은 것에 분노하지 마세요.
예전부터 나돌던 말이지만, '지강헌 탈주 사건'때부터 유명해진 말입니다.
법이 공정하다는 것을 의심할 수 없던 9살에겐 범죄자가 반성 없이 자기 잘 못을 가난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한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9살 수준에서는 ‘560만 원 절도를 저지른 자신은 무려 17년을 살아야 하지만 72억 원을 횡령한 전두환의 동생인 전경환이 겨우 7년 선고에 그마저도 3년 만에 풀려난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탈출한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도 무슨 말인지 몰랐죠. '죄인'이 탈주했는데, 남을 탓하는 꼴이 비루해 보일 뿐이었어요.
하지만, 20살 이후 본 법은 좀 달랐어요.
법이 죄인이라던 사람이 무고한 시간을 보내고 누명을 벗는 일과
내 생각에는 일상적인 일이 중대 범죄로 처벌받는 일,
그리고, 내 생각에 중범죄가 가벼운 처벌을 받은 일들을 보면서
법의 공정성이 의아했죠.
죄를 처벌하는 사람들의 공정성이
내 상식과 다르다.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이것은 분노할 일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자산이 빈약한 사람이 하면 경제사범이지만, 재벌이 하면 운영 중 불찰인 것이죠.
법은 자산과 권력에 따라 차등하여 공정하다.
2007년 이미 당시 부장판사의 생각에는 돈으로 죗값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법의 공정성은 자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합법이라는 것과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결과가 정해준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회를 합법과 불법으로 가르지 말아야 한다고, 고위 법조 관료들께서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알려주는데, 우리는 사회에게 정의와 공정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루나 코인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나 라임펀드에 속은 투자자 그리고 외제차회사의 주식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피해를 사실상 보상해 줄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편취한 부와 권력은 '돈이 많은 사람은 돈으로 죗값을 치를 수 있다.'라고 말한 이재홍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법부가 죄인이라고 지목한 사람과 우리 상식이 죄인이라고 지목하는 사람과의 괴리는 이미 범죄자 '지강헌'아 탈주하던 시절에도 상당했습니다. 그 이후 30여 년이 지나도록 대한민국은 그 괴리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법을 어겨봐요. 작은 것부터 어기면서 점점 큰 법도 어겨봅시다.
거리에 침도 뱉고, 음식물 쓰레기도 그냥 버리고, 음식점에서 담배도 피워 보아요. 걸리면 벌금 정도 내면 되고 우리도 그 정도 벌금을 낼 능력은 되니까요.
법을 어길 수 있겠어요?
많은 분들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도 함부로 법을 어기지 못할 거예요. 범법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실 거예요. 그것은 우리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오지심'때문 이라고 생각해요.
맹자는 인간과 짐승이 구분되는 4가지 마음 중 하나를 '羞惡之心'이라고 생각했죠.
부끄러운 줄 모르는 매국의 자산이나, 권력의 횡포, 법의 차등성 그리고 돈이 많다고 법을 어기고 피해를 주는 것은 2300여 년 전의 맹자의 눈에도 이미 짐승인 것입니다. 짐승들이 돈을 갖고 권력을 가지면 세상은 흉흉해집니다.
땅을 투기하고, 주가를 조작하고, 대출 서류를 조작하면서도 짐승들이 풍요로운 것을 보면 대한민국은 짐승 처럼 살아야 부자가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부분은
짐승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못 하는 것’이에요.
우리의 대부분은 인간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지금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짐승이 부유한 것'이라도, 짐승짓을 못하는 인간으로서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