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하지 않았던, 돈에 관한 이야기.
얼마 전 정부의 발표에서 주식과 코인의 투자로 빚을 낸 사람들에게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 시 손실금을 탕감해준다는 소식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정확한 요지는 '청산 자산'을 산정할 때 '투자 당시의 가격'이 아닌 '손실 난 가격'을 사용하겠다는 것이지만, 발표의 어휘는 빚으로 투자하지 않은 사람이 상대적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편, 2003년 카드대출이 만연해서 회생제도가 생겼던 것처럼 2021년은 빚을 내서 주식이나 코인의 투자가 회생에 고려할 문제가 될 만큼 "투자"가 대중적인 관심사였음을 반증하는 일인 듯합니다.
돌이켜보면 주가가 3,000포인트를 향하던 2007년에도 투자나 금융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았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무려 15년 전부터 '투자'는 대중적인 관심을 받은 분야여서 당시만 해도 금융에 관한 지식은 곧 널리 알려지고 일반적인 상식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 여러 해가 지나도록 여전히 소비자는 관심에 비해서는 모른 부분이 많고, 사회에는 그런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상술이나 사기가 다양해지고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2018년 S&P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금융비문맹률(financail literacy)은 33%로 세계 81위 수준이었고 최근 2020년의 조사에서는 2018년 결과에서 중하위였던 11개국을 선정한 평균 수치에서 평균점수 정도의 성적이었습니다. 투자를 가깝게 두고 관심을 갖는 것에 비하면 아직 금융문맹률을 벗어나지 못해 보입니다.
https://www.oecd.org/financial/education/launchoftheoecdinfeglobalfinancialliteracysurveyreport.htm
이미 '투자'는 전문적인 서적이 많이 출간된 분야입니다. 하지만, 돈을 관리하는 분야는 잘 다뤄지지 않아서 옥석을 가릴만한 서적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돈 관리와 투자에 관한 입문서를 엮어보려 합니다.
전문가들의 읽는 책은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설명이 생략되어 있다면, 입문서는 '모른다.'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전문가들이 생략하는 부분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문서라 해서 전문서적에 비하여 질적으로 차이가 나면 안 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가.'로 시작하여 설교와 같은 '알고 싶지 않은 사실'들을 다루게 될 것입니다. 설교를 듣지 않으려는 노력은 '알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자기표현이어서, 독자가 외면하는 사실을 대면할 수 있는 글이 되도록 쓰려합니다.
많은 입문자들이 돈 관리가 익숙해질 수 있는 내용이 되려면 새로운 내용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내용에서 전문서적의 표현을 대신할 단어를 잘 찾는 것이 과제일 것 같습니다. 잘 못된 용어 사용은 꾸준히 수정하며 좀 더 가까운 언어로 설명하겠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금융문맹률이 높으면서, 투자가 우리를 현혹하는 세상입니다. 돈의 관리는 경험을 통해서 익숙해지고 통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반드시 돈을 다루는 법은 배워야 합니다. 돈을 다룬다는 것은 단지 '부자'가 되기 위함이 아닙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이 돈의 경쟁에서 우위를 쟁탈하는 전투 법이라면, ‘돈을 다룬다.’는 것은 내가 벌고 쓰는 능력으로 내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자연에서 살던 우리의 조상들은 위험을 미리 경계하는 유전정보를 전해주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은 어둠 속에서 멀리 무엇인지 모르는 그림자가 느껴진다면 경험상 돌로 생각하지 말고 곰일 것이라는 경계심을 갖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것입니다. 돈에 대해서 모르면서 돈을 관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처럼 경계를 먼저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앞이 보이게 될수록 그 경계심으로 쏟는 에너지를 좀 더 나의 행복을 위해서 쓸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돈의 어둠에서 잘 볼 수 있도록 직면하고 익숙해질 것입니다.
15년 전에 비해서 금융의 정보가 새로울 것도 없다는 것은 어둠 속이 그리 굉장한 변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조금씩 바라보고 익숙해진다면, 어둠 속에서 우리를 현혹하는 것에게 이용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한 우리가 피해를 보지 않고, 우리의 능력 안에서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복잡한 생존 기술이 빠르게 익숙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