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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음미하는 네가 부자가 된다.

우리는 왜 부자가 되고 싶어 할까?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경험이란 꼭 부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경험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단순히 돈뿐만이 아닐 것이다.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은 한정적이며, 세상의 모든 것을 체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경험이란 결국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떠올릴 때, 경험의 본질과 삶을 음미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도,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됐다. 무동력 퀵보드 하나로 일본을 종단하는 여행기였는데, 처음엔 단순히 ‘재미있겠다’ 싶어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상을 따라가다 보니, 그 안에서 젊어서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체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저런 일에 도전할 기회가 나에게도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날엔 ‘조갬’이라는 유튜버의 여행 콘텐츠를 봤다. 나이도, 성별도, 라이프스타일도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그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많은 걸 배우고 있었다.


특히, 나는 낯선 곳에서 머뭇거리거나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는 편인데, 조갬의 여행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혹시 익숙한 환경에서만 안주하고 있던 건 아닐까?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새로운 경험을 쉽게 배척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저기는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과 그것을 내 안에 녹여내는 건 꽤 다르다. 요리를 배울 때도 그렇다. 레시피를 따라 만드는 것과 재료의 조합을 이해하고 내 취향대로 변형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단순히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경험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니가 읽는 것-은 너란 놈의 그릇-
니가 듣는 것-은 너란 놈의 수준.
먹고 듣고 보는 것은 말과 똥과 오줌.
-조피디 소음공해 중

조금 거칠지만, 본질을 꿰뚫는 말이다. 결국,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우리를 만들어간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좋은 책을 읽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쌓여 나라는 사람의 크기가 결정되는 셈이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낸다면, 내 안에 남는 것도 없겠지.


이미 굳어버린 감각과 입맛으로
어찌 음미란 말의 의미를 깨달으리오?
-조피디 이야기속으로Ⅳ 중

익숙한 것만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무뎌지는 게 아닐까?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세상을 ‘음미’하는 감각도 점점 사라지는 게 아닐까?

음미한다는 건, 단순히 맛을 보는 게 아니라 씹고, 곱씹고, 그 맛을 온전히 느끼는 과정이라는 걸. 경험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저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 나의 감각과 시선으로 다시 바라볼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어떤 날은 평범한 일상이 유난히 선명하게 남을 때가 있다. 바쁜 하루 끝에 마신 차 한 잔, 우연히 들른 골목길에서 본 노을,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서 한 번 더 곱씹어 보면 왠지 모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아마도 그게 ‘음미’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면, 꼭 거창한 경험일 필요는 없다. 작은 순간도,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쌓여, 결국엔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다.


경험이란 돈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같은 순간도 다르게 남을 수 있다. 내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는 건, 거대한 목표를 이루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살아내는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The cost of a thing is the amount of what I will call life which is required to be exchanged for it, immediately or in the long run
(어떤 것의 가격(가치)이란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가 바쳐야 하는 삶의 양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Walden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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