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는 원래 어렵다
투자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친구가 주식으로 몇백만 원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닙니다.
경제에서 수익(보상)은 본질적으로 노동에 대한 대가입니다. 그리고, 노동은 하기 싫은 일입니다. 노동이 즐거울 수는 있어도, 10원도 받지 않고 노동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하기 싫은 일'을 통해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돈을 지불합니다.
그렇다면, 투자에서는 무엇이 대가일까요? 투자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하기 싫은 일(리스크)'을 감수한 대가로 수익(보상)을 얻습니다.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기업의 비즈니스가 가지는 '손해의 위험'을 내가 투자한 만큼 떠안는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한 투자자들에게 배당과 이자로 보상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보상에 대한 가치와 새로운 투자자들의 가격 상승 기대가 합쳐져 투자의 가치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투자로 얻는 수익을 노동보다 쉽게 벌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동의 대가는 명확한 노력과 시간을 투입한 결과로 보지만, 투자의 경우 수익이 발생하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자에서 감수하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은 쉽게 간과되며, 성공한 사례만이 부각되면서 투자 수익이 노동보다 쉽게 느껴지게 됩니다.
월급은 300만원인데,
투자로는 얼마를 벌고 싶어?
이러한 인식 차이는 경제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도박의 오류(Gambler’s Fallacy)'가 있습니다. 과거에 투자로 수익을 낸 경험이 있거나 주변에서 성공 사례를 들으면, 마치 다음 투자에서도 같은 성공이 반복될 것처럼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예측 불가능합니다. 이전의 성공과 조건이 같아 보일지라도, 시장 환경은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성공 사례가 널리 퍼졌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도 작용합니다. 미디어나 주변에서 성공한 투자자의 이야기만 접하다 보면, 마치 모든 사람이 투자로 쉽게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로 손실을 본 다수의 사례는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노동보다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이 더 쉽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실제보다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내 친구는 주식으로 몇 개월 만에 큰돈을 벌었어! 나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충분한 분석 없이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친구가 성공한 이유는 단순한 투자 실력이 아니라 우연한 시장 호황, 내부 정보, 혹은 단순한 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친구가 겪은 손실이나 어려움은 과장되거나 생략된 채 전달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러한 성공담을 그대로 믿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 성공의 전제가 될 수 없습니다.
돈은 투자로 왔든 노동에서 왔든,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를 지닙니다.
우리가 평균적으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저녁 8시가 되어 집에 올 수 있는 노동으로 번 돈은 하루에 15만원 안팎입니다. 불편할 수 있지만, 내가 24시간 중 14시간을 오롯이 다 써서 벌 수 있는 돈의 한계가 15만원이고 한 시간에 1만원 남짓인 것이죠. 그런데, 1시간도 오롯이 쓰지 않은 투자로 하루에 만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수입의 가치면에서 돈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입니다.
학교 생활 12년이상으로 만들어진 나의 현실로 할 수 있는 노동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는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계획 오류'와 '생존 편향'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로 수익을 얻는 과정에는 리스크 감수, 정보 분석, 자본 투입 등 다양한 '하기 싫은 일'이 포함되는 일이고 노동의 수익보다 더 큰 수익을 원한다면,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와 노력을 바쳐야 합니다.
결국, 투자는 노동의 또 다른 형태이며,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그것이 단순히 운이 아니라면, 반드시 감수해야 할 리스크와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근로소득과 마찬가지로
투자의 수익 또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