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원태의 경영권 쟁탈기.

새로운 위협의 등장.

조원태는 경영권이 필요하다.

2019년, 아버지가 떠났다.
자리도, 이름도, 권위도 한꺼번에 비었다.
막내 조원태는 그 공백을 가장 빠르게 메웠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다.
피를 나눈 누나, 그리고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던 펀드와 건설사가 그를 정면으로 막아섰다.

'조현아 + KCGI + 반도건설' 3자 연합의 등장으로, 조원태는 자신이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자각했다. 그는 회사의 후계자가 아니라, 그저 지분을 조금 가진 임시 관리자일 뿐이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동맹’

경영권 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원태는 시장이 아닌 정치에 손을 내밀었다.
그의 구원투수는 산업은행이었다.
“아시아나 인수만 성사시킨다면, 우리가 당신 편이 되겠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입했다.

그 대가로 조원태는 경영권을 다시 한번 쥐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장 논리가 아닌 국가 권력이 만들어준 자리였다.
이 장면은 어딘가 낯이 익다.
'부실한 계열사 인수를 명분으로 정부 자금을 끌어왔던 1990년대 재벌들',
그리고 그 끝이 파산으로 향했던 한보그룹의 흔적.


아시아나, 부실을 삼킨 거래

아시아나는 이미 부채비율 1600%,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만 2조 원이 넘는 회사였다.
사실상 파산 직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태는 이 회사를 ‘합병’이라는 말로 삼켰다.
왜?
산업은행이 그 대가로 조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아시아나를 살리는 게 국가를 위한 길이다”라는 포장 아래,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부실까지 떠안았다.
그러나 이 모든 선택의 중심엔 '조원태 본인이 그룹을 지킬 수 있느냐'는 사적 이해가 있었다.



한 번의 승리로 끝난 줄 알았던 싸움, 다시 나타난 ‘호반’

그리고 2025년.
다시 조용했던 물이 흐트러졌다.
이번엔 호반건설이었다.
정치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시장 밖에서 지분을 끌어모은 자본이 한진칼 지분을 18.46%까지 확보했다.

조원태는 이번에도 자사주를 사내기금으로 넘기며, 다급하게 우호지분 늘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산업은행 지분은 여전히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변수.
호반이 그 지분을 인수하는 순간, 경영권은 다시 무너질 수 있다.

ChatGPT Image 2025년 6월 1일 오후 05_57_20.png
스크린샷 2025-06-02 133445.png 동맹지분이 조원태의 두배가 넘는 상황

조원태의 경영권 방어는 기업가 정신이 아닌, 사적인 소유욕에서 시작된 긴 싸움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국책은행과 거래를 맺었고, 부실 기업 아시아나를 떠안으며 외형을 키웠지만
그 안엔 '정당한 경영' 대신 '야합과 정치'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다.


이 모든 구조가
1990년대 외환위기 직전의 재벌들, 특히 한보그룹의 부채 주도 성장과 너무도 닮아보인다..


금요일 연재
이전 13화KDB생명, 겉으론 멀쩡, 속은 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