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틀리는데 왜 투자 공부해?

2008년 10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말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뭘 했던 거야?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잖아."

2020년 3월, 코로나로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이 그렇게 낙관적이었는데 이게 뭐야?"

2022년 금리가 급등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부동산은 절대 안 떨어진다던 전문가들은 어디 갔어?"


혹시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않나요?

"이렇게 공부 많이 한 전문가들도 자꾸 틀리는데, 내가 무슨 수로 투자에서 성공하겠어?"

당연한 생각입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가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투자 공부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과연 전문가들이 틀렸다고 해서 투자 공부가 정말 의미 없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투자 공부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미래 예측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전문가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금융시장 자체가 예측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정보와 감정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동시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곳입니다. 여기에 정치적 사건, 자연재해, 기술 변화, 사회적 트렌드까지 더해집니다. 이런 복잡한 시스템에서 6개월 후, 1년 후의 정확한 상황을 예측한다는 것은 마치 태풍의 정확한 경로를 6개월 전에 맞히려는 것과 같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로 들어봅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 자체는 일부 전문가들이 미리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큰 규모로 터질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설령 위기가 온다는 것을 알았다 해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AIG가 국유화되고, 전 세계가 동시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까지는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데믹 가능성 자체는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해왔습니다. 하지만 2020년 초에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2년 넘게 마비시키고, 각국 정부가 전례 없는 봉쇄 조치를 취하고,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돈을 푸는 상황까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미래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든 아니든, 아무리 똑똑하고 정보가 많아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예측이 계속 틀린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예측을 원합니다. "내년 코스피는 어떻게 될까요?", "부동산은 언제까지 떨어질까요?", "달러는 언제 내려갈까요?" 같은 질문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모른다는 것은 불안을 만들고, 그 불안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가 확신에 찬 예측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설령 그 예측이 틀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미디어와 금융업계도 이런 심리를 이용합니다.

"내년 급등주 10선", "하반기 부동산 전망", "금리 인하 시점 예측" 같은 제목들이 계속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정보를 원하고,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비즈니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을 놓치면 안 됩니다. 예측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럽지만, 그 예측에 의존해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예측과 정합성은 다르다


여기서 핵심적인 구분을 해야 합니다. 예측(prediction)과 정합성(coherence)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예측은 "내년에 코스피가 4000을 넘을 것이다"처럼 구체적인 결과를 미리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수학자 토머스 베이즈가 만든 확률론의 기본 원리중에 베이즈 정리에 따르면 우리는 사전 지식(사전확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증거(정보)가 나타나면 그것을 반영해서 우리의 믿음을 수정(사후확률)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차 현실에 가까운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예측이 빗나갔다고 해서 정합성 자체를 뒤집어버리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금리 인상이 보통은 집값 하락을 불러오지만, 어떤 때는 공급 부족이나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때 “금리 인상 = 집값 상승”으로 전제를 바꾸는 것은 잘못된 학습입니다. 정합성은 유지하되, 어떤 조건에서 그 정합성이 작동하지 않는지를 기록하고 보완하는 것이 진짜 공부입니다. 이것이 바로 베이지안 사고입니다.


이처럼 정합성은 논리적 일관성을 의미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 "경기가 좋아지면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 긍정적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려 한다" 같은 원리적 관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정합성 있는 분석이라는 것은 현재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A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만약 금리가 내려간다면 B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예를 들어 2022년 초 상황을 봅시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고,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보다는 가치주가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정합성 있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코스피가 정확히 2500까지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면 이는 예측입니다. 실제로는 시장이 2200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예측은 틀렸지만, 정합성 있는 분석 자체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정합성을 배우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논리적 사고력이 향상됩니다. 경제와 시장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이해하다 보면, 단순한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이 뉴스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 정책 변화가 내 투자에 어떤 의미일까?"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만약 경기가 좋아진다면 이렇게 하고, 만약 나빠진다면 저렇게 하겠다"는 식의 시나리오 플래닝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감정적 결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시장이 급변할 때 사람들은 공포나 탐욕에 휩쓸려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그런 순간에도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넷째, 사기를 당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금융 사기는 대부분 "확실한 수익"을 보장한다고 유혹합니다. 하지만 기본 원리를 알고 있으면 "위험 없는 고수익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핵심은 그들의 예측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합성 있는 분석을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좋은 전문가는 "내년에 반드시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현재 상황을 이렇게 분석하고,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이런 시나리오들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각 시나리오의 가능성과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현재 인플레이션이 높고 노동시장이 견고한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계속 긴축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기술주보다는 전통적인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경기침체 신호가 명확해진다면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고, 그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석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구체적인 예측이 아니라 사고의 프레임워크입니다. 인플레이션-금리-주식시장 간의 관계,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 원리, 경기 순환의 패턴 등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예측이 빗나갔다고 “전문가들은 다 쓸모없어”라고 단정해버리면 배울 것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그들이 제시한 정합성은 여전히 타당한가? 왜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를 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정합성은 더 정밀해지고, 내 투자 기준도 강화됩니다.


결국 투자 공부의 진짜 목적은 미래를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투자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와 시장의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 이것은 마치 운전을 배울 때 교통법규를 아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기본 규칙을 알고 있으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투자 도구와 그 특성에 대한 지식.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각각의 특성을 알고 있으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도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위험 관리에 대한 감각. 어떤 투자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표에 대한 명확한 인식.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투자하는지,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지혜

투자 공부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실패를 통한 학습입니다. 성공 사례만 보면 착각하기 쉽지만, 실패 사례를 분석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왜 닷컴 버블이 터졌을까? 왜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났을까? 왜 특정 기업들이 망했을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우리는 시장의 작동 원리와 위험 요소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분석을 통해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결론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식의 위험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으니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투자를 깊이 공부할수록 겸손해집니다. 시장이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지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초보자일 때는 "이 정도 공부하면 돈 벌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깊이 할수록 "아, 내가 모르는 게 정말 많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이 오히려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투자로 이어집니다.

Warren Buffett이 "내가 모르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평생 투자를 공부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투자했습니다.


'디폴트 머니 플랜'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 공부는 돈을 불리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통해 "나는 변동성이 큰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우면 됩니다. 주식보다는 채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전체 자산의 일부만 배정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또는 "나는 개별 기업을 분석할 시간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개별 주식 대신 ETF나 펀드를 통해 투자하면 됩니다. 이것도 공부를 통해 얻은 중요한 인사이트입니다.


투자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장기적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예측 불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원리가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는 좋은 기업의 주가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의 감정이나 일시적 악재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기업이 나쁜 기업보다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류의 생산성과 혁신이 계속 발전하면서 경제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장기적 관점을 갖는 것도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인사이트입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이 있어야 일시적인 변동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결론: 예측은 망상, 정합성은 자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투자에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든 아니든 아무도 미래를 정확히 맞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자 공부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투자 공부의 진짜 가치는 예측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정합성 있는 사고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경제와 시장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런 능력은 단기적으로는 수익률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명 차이를 만듭니다. 감정적 결정을 줄이고, 사기를 당할 확률을 낮추며,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혹시 지금까지 "전문가들도 틀리는데 내가 뭘 알겠어"라고 생각하며 투자 공부를 폄하하려 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공부의 목적을 예측에서 정합성으로 바꾸면, 훨씬 의미 있고 실용적인 학습이 가능합니다.

투자는 돈을 불리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지혜와 통찰이야말로 진짜 자산입니다. 예측에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정합성 있게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성공입니다.

다시 말해, 예측은 그저 결과를 맞히는 시험문제 같지만, 정합성은 그 답안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입니다. 결과가 빗나가도 과정이 논리적이었다면, 그 경험은 다음 판단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 자산이 됩니다. 반대로 매번 전제를 바꿔버린다면, 우리는 어떤 일관된 학습도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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