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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자를 해도 될 사람일까?

인형뽑기와 투자 태도의 교차점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기계에 넣습니다.
철컥, 소리가 나며 집게가 움직일 준비를 합니다.
유리창 너머에 귀여운 인형 하나가 보입니다. 조금만 잘 조준하면 잡힐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레버를 움직여 집게를 인형 위로 옮기고, 버튼을 누릅니다.
집게가 내려가 인형을 꽉 잡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이번에는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 센티미터 올라오다 인형은 툭 떨어지고 맙니다.

“아깝다… 거의 됐는데.”
입술을 깨물며 다시 주머니를 뒤집니다.
이번엔 2천 원, 3천 원… 계속 넣습니다.

어느 순간은 인형이 아예 안 잡히는데도, 손은 자동처럼 지폐를 꺼냅니다.
“이번에는 각도를 조금만 다르게 해야지.”
“아까보다 힘이 센 집게 같아.”
혼잣말을 하며 다시 도전합니다.

옆에서 다른 사람이 인형을 뽑아올리는 장면이 보입니다.
순간, 자신감이 치밀어 오릅니다.
“봐, 저 사람도 해냈잖아. 나도 곧 할 수 있어.”

이미 만 원, 이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편의점에서 사면 5천 원이면 살 인형인데, 멈출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넣은 게 아까운데… 여기서 포기하면 진짜 손해야.”
주머니에 남은 마지막 동전까지 꺼냅니다.


2. 투자와의 교차점

이 경험은 투자에서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첫 성공의 기억
한 번 수익을 냈던 경험은 오래 남습니다. 그 기억 때문에 다시 투자에 나설 때 자신감이 과도해집니다.


실패의 자기 합리화
주가가 떨어져도 “내 전략이 부족했을 뿐”이라며 구조적 문제는 외면합니다. 현실을 인정하기보다 새로운 방법만 떠올립니다.


남의 성공의 착각
다른 사람이 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곧 나의 가능성처럼 느껴집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사라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만 남습니다.


매몰비용의 덫
이미 손실을 봤는데도 “여기서 멈추면 손해 확정”이라며 추가로 돈을 넣습니다. 손실을 줄이기보다, “이번 경험으로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자기 위안에 의존합니다.



3.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인형뽑기 앞에 서 있던 나의 모습을 투자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과거의 작은 성공 경험 하나에 과도하게 기대고 있지 않은가?

실패를 구조적 불가능성 대신 ‘내 전략 부족’으로만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른 사람의 성공을 내 가능성의 증거로 착각하고 있지 않은가?

손실보다 경험이라는 이름의 위안을 더 크게 붙잡고 있지 않은가?



인형뽑기는 단지 몇 천 원, 몇 만 원의 문제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다릅니다. 그 손실이 수백, 수천만 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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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투자를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인형뽑기를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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