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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대통령의 제안 ETF

최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통령까지 자신의 ETF 투자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임기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꾸준히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그는 실제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ETF를 직접 매입해 지금까지 26%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코스피 5000”을 향한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상징적 행보였죠.


이처럼 국가경제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선택이 ETF라면,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ETF는 점점 더 친숙한 이름이 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증권 앱을 켜보면 주변 사람들 대화 속에서도 ETF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친구는 이번 달 배당을 받았다며 뿌듯해하고, 뉴스에서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ETF가 연일 소개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 말이지요.


개별 종목의 성장을 예측하면 주식을 사지만, 특정 기업이 아니라 분야 전체의 성장을 보고 투자하고 싶을 때는 ETF를 고릅니다. ETF이나 달러, 대한민국 경제 전반, 반도체2차전지, 기름이나 화장품, 부동산, 미국 테크 기업 등 다양한 분야를 묶어서 투자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개별 종목을 사듯이 ETF를 간단히 매수할 수 있고, 그 순간 특정 기업이 아니라 그 분야 전체를 함께 담는 셈이 됩니다.



ETF 투자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증권사에서 주식 계좌를 만들고, 거래 화면에서 ETF 종목을 검색해 주식처럼 매수·매도하면 됩니다. 펀드는 하루에 한 번만 기준가로 거래되지만, ETF는 장중 실시간 가격으로 움직입니다. 펀드의 안정성과 주식의 편리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셈입니다.


주식거래를 하는 HTS - 주문창에서 ETF를 선택하면 선택할 수 있는 ETF의 종류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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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속에 숨어 있는 의미

ETF 이름에는 복잡해 보이는 단어들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만 알아두면 됩니다.

레버리지(2X, 3X) : 지수의 등락을 두세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

인버스(-1X, -2X) : 지수가 떨어질 때 반대로 오르도록 설계된 상품

액티브 ETF :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운용사가 종목을 바꿔가며 초과 수익을 노리는 상품

예를 들어 ‘코스닥150 레버리지’라는 이름이라면, 코스닥150 지수의 하루 변동을 두 배로 추종한다는 의미입니다.


변동성이 크면 누적수익률이 나빠지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이름처럼 지수를 단순히 배수로 따라가는 상품 같지만, 실제 구조는 조금 다릅니다. 이 상품은 하루 단위 수익률을 배로 맞추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기초지수의 당일 수익률이 r이라면, 2배 ETF는 그날 수익률을 2r로 만들도록 운용됩니다. 그래서 매일 장 마감 후 ‘레버리지 비율’을 다시 맞추는, 즉 리밸런싱 과정을 거칩니다. 따라서 하루 성과를 정확히 배수화하도록 설계되었을 뿐, 여러 날을 합친 누적 성과가 배수로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면 수익률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가 됩니다. 이때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누적 수익률이 나빠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흔히 ‘볼라티리티 드래그’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수가 '10% 오르고 → 10% 떨어지고 → 다시 10% 오르고→ 10% 떨어진다.'로 가정해 봅시다.

지수는 4일 동안 더하기로 제자리가 아니고, 약 -1.99% 하락입니다.

같은 기간 2배 레버리지 ETF는 -7.84%로 더 큰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수는 제자리인데 ETF는 손실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 +5% → 다음 날 -4.76%라면 지수는 원위치지만, 2배 ETF는 약 -0.48% 손실이 납니다. 하루 단위 배수를 곱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왜 손실 쪽으로 기울기 쉬울까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변동성 드래그: 오르고 내리는 곱셈의 비대칭 때문에 왕복 후 남는 값이 줄어듭니다.

리밸런싱의 역설: 배수를 유지하려면 오른 날엔 더 사고, 내린 날엔 줄여야 해서 결과적으로 비싸게 사고 싸게 파는 동작이 반복됩니다.

비용과 괴리: 운용보수, 파생상품 비용, 금리비용, 거래 스프레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장기에는 누적됩니다.


그렇다고 항상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방향이 뚜렷하고 매끄러운 상승 추세라면 2배 ETF가 지수의 2배를 약간 웃도는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횡보하거나 출렁임이 많다면 장기 보유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레버리지는 방향성과 변동성의 함수입니다. 방향성이 맞고 변동성이 낮을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하루 단위로 맞춰 굴러가는 바퀴와 같습니다. 길이 매끈하면 더 빨리 굴러가지만, 계단이 많으면 힘이 빠집니다. 단기에는 쓸모 있는 도구지만, 장기 보유할수록 바퀴가 헛돌 가능성이 커집니다.


ETF 투자, 예측보다 연결

그렇다면 ETF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개별 기업의 실적과 주가를 맞히려는 시도는 직장인에게 지나치게 버겁습니다. 대신 ETF는 경제 전체의 큰 흐름에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 ETF,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반도체 ETF,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채권 ETF를 고르는 식입니다. 날씨를 보고 우산을 챙기듯이, 거시경제의 흐름과 ETF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ETF는 이름부터 낯설고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식처럼 간단히 사고팔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별 기업을 맞추는 대신 경제의 큰 그림을 보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에게 훨씬 현실적인 도구입니다. 다만 단기 투기성 레버리지와 인버스의 함정만 조심한다면, ETF는 투자 초보가 시작하기에 든든한 첫걸음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참고 - ETN : 상장지수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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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HTS에서 검색하여 매매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지수를 담은 펀드가 아니라, 증권사가 발행한 채권이기 때문에 발행사의 신용 리스크가 붙음. (→ ETF랑 똑같이 사지만 ‘성격’은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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