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중력 땡겨쓰기
산책을 하며 팟캐스트를 들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
본론보다 오프닝 듣는 맛에 가끔 청취하는 책 소개 방송이다.
(이 방송은 2019년 종방 했다)
오늘 들은 ‘클림트’편의 방송 멘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파이오니아, 보이저, 카시니-호이겐스, 뉴호라이즌스.
우주 탐사를 위해 인류가 쏘아 올린 탐사선들이죠.
목적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이 지나쳐간 경유지는 다 같은데요.
그곳은 바로 주피터, 목성입니다.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별이죠.
탐사선 자체의 로켓 연료만으로는
목적지까지 가기 어렵기 때문에
목성을 스쳐가면서 그 중력을 이용해 가속을 얻는다고 해요.
이런 방식을 근접비행,
영어로는 ‘플라이-바이’ 혹은 ‘스윙-바이’라고 하는데요.
뉴호라이즌스호의 경우 이 플라이 바이로 3년을 단축했구요,
그래서 지난 2015년 7월 이맘때는 명왕성을 근접 통과했지요.
(중략)
인간관계라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서로서로 그렇게 타인의 중력에 도움받으면서
삶이라는 미지를 향해,
세계의 먼 곳을 향해 조금 더 속도를 내보는 거겠죠.
그렇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목성 같은 사람,
도움닫기 할 수 있는 구름판 같은 존재라면 더욱 좋겠지요.”
팟캐스트 운영자 이동진씨는
준비된 멘트를 읽으며 이렇게 덧댄다.
이 방송으로 인해 자신도
본인이 원래 가진 중력보다 더 멀리 항해할 수 있었다고.
지난해 말,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 ‘송이’로부터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탈중앙 자율조직)라는
형식을 취한 Weave라는 커뮤니티를 소개받았다.
커뮤니티의 목표는 단순하게 말해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세상과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자원을 만드는 것’
Weave는 이런 삶의 방식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자율적인 조직이다.
서로 다른 관심, 배경, 전문성을 가진 개개인이 모여
지향하는 삶의 방식,
소명(Calling), 미션 등을 서로 공유하고,
도움되는 리소스를 교환하거나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한다.
앞서 말한 팟캐스트 오프닝의 표현처럼
‘타인의 중력에 도움받으며,
서로 조금 더 먼 곳으로 항해’ 하기 위한
인간관계가 모여드는 곳이라고 설명하면 좀 더 쉬울까?
교과서에서 보던 그거!
이런 조직체의 방식이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옛 한국 농경사회에 존재하던 공동협력체의 방식,
계/두레/향약/품앗이가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전통 공동협력체의 방식들은
저마다 조금씩 서로 다른 특징이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공동체적 상호의존망을 구성하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함께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것.
사실, 이미 서구화된 생활에 익숙한 아시아인에게
(특히, 밀레니얼 또는 젠지 세대에게는 더더욱)
‘아시아 전통’은 아이러니하게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정서 또는 체험으로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지만,
이런 공동체성을 띈 유기적 조직을
정확히 몸으로 체득 해 볼만한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Weave는 우리 속에 남아있는 이런 어렴풋한 정서를
‘21세기 버전의 공동협력체’ 즈음으로
다시 복구하는 실험이라고 해야 할까?
자립을 위한 협력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반복되는 주기가 짧아지고,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이유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조직,
업무가 운영되는 방식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지금 하는 일이 좋든,
싫든 누구나 다음의 삶(인생 2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다음엔 어떤 것을 해야 할까?’
개인이 연결성을 가지고
어떤 일을 지속해 나가는 걸 방해하는 외부적 요인,
그리고 이런 요인이 주는 내적 갈등을 이겨낼 수 있는 처방전.
그건 자신의 선택과 존재를 옹호해주는
따뜻한 존재가 곁에 있을 때 오는 안도감과,
언제든 협력할 수 있는 존재들로 무장되어 있을 때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아닐까?
보다 자유롭고 온건한 개인이 되기 위해선
자립을 위한 협력이 필수인 시대가 오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속가능하게 하고 싶다면
Weave의 실험에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위브가 궁금하다면? http://weave.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