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음’이 일상화된 사회

by 무색무취 돌멩이

‘전례없음’이 일상화된 사회
‘전례없다(unpresidented)’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요즘이다.
2018년 한국은 전례없는 폭염을 경험했고,
2019년 호주에서는 전례없이 6개월 간 이어진 산불이 호주 산림의 14%를 태웠으며,
2020년 전 세계는 전례없는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대규모 Lock-down이 시행됐다.
조금 잠잠해질까 싶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2, 3차 전염병 유행의 공포는 여전하다.
바퀴가 멈춰버린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로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전례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런 초유의 이벤트들을
얼마나 자주, 일상적으로 맞이하게 될까?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인간: 호모 클리마투스’라는 말처럼
‘전례없는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 인간’에 걸맞은 새로운 용어가 나타나야 할지도 모른다.

출처;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510022231465#c2b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나는,
여느 환경론자처럼 팬데믹 현상에서 희망을 발견하려 노력했다.

그간 관성적으로 살아온 삶의 방식에 제동을 걸고,
필요 이상으로 누렸던 거품을 삶에서 거둬내기에
지금과 같이 ‘멈춘’ 시간이 사실은 필요했던 거라고.

많은 환경론자, 과학자, 경제학자들 또한 팬데믹 현상의 급물살을 타고
우리가 겪고 있는 이례적 현상에 인간의 책임론을 펼쳤다.
수십 년을 넘게 떠들어도, 경제성장의 열기 앞에선 맥을 못 추던
‘환경과 생태’에 대한 시선이 근래 들어 미디어에서 중심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실제 나와 주변인들의 삶에 구석구석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하긴 쉽지 않았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문화예술계는 필수 산업으로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전염병이 돌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실내 문화 공간이 잠정 폐쇄되거나,
대면 중심으로 이뤄지던 교육 프로그램 등이 취소되면서
내 주변의 많은 예술가들이 작업을 발표할 창구를 한 순간에 잃어버렸다.
화가인 나의 아버지도 몇 개월 간 준비한 개인전에
그림을 걸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격상되었고
전시 오픈 이틀 후 작품을 모두 철거해야 했다.

기업과 정부의 입찰 사업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내가 다니는 회사도 ‘전례없이’ 한가한 상반기를 보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내가 종사하고 있는 이 산업이
이다지도 삶에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것일까 무력감이 들기도 했다.
황망히 갈 길 잃은 사람처럼 여러 혼란 속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출처: https://blooloop.com/features/museums-coronavirus-social-distancing/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할 것
코로나19 반년. 놀랍게도 반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사람들의 심리를 가장 막강하게 점유한 정서는 ‘불안’이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 전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시간 속에
적응하려는 모습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제 듣기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회자되고 있는 ‘언택트화’.
많은 기업과 사업지들이 언택트 산업을 먼저 점유하거나,
기존 자신들의 산업에 이러한 흐름을 적용하는데 고도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럴수록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언택트화' 자체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아닐까?
'언택트'는 하나의 수단일 뿐,
비즈니스의 '목적'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더 집중해야 할 것은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마주하게 될 사회변화와
그간 중요하지만 간과되어오던 사회문제를
'팬데믹이 일상화된 사회'라는 각도로 새로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내가 늘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문제'가
팬데믹 사회 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에는 또 어떤 '문제'로 변형되는지,
또는 어떤 '다른 문제'를 낳는지 관찰하고
거기에 내가 이제껏 잘해오던 '일’과 ‘커리어적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도로 재조명한 서비스/상품 또는 이야기들을
어떠한 '언택트'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찾는 것이
기존 내가 하던 일의 DNA를 흐리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예술계에서도
예전부터 '사회참여적' 예술 활동을 지향해온던 예술가, 기획자를 필두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예술'을 통해 '환경 및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관객을 개발하던 일을 해오던 기획자로서,
팬데믹 시대 이후, 전 세계 예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대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정해진 답을 맞추는 것이 아닌,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발산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유일한 영역에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하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하고,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지친 마음을 달래는 일은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더없이 필요한 가치가 되었다.
(물론 산업적으로는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지만)

예술가와 활동가를 위한 코로나19 문화전략 활성화 가이드로 나온
#nogoingback은 이러한 위기 앞에 예술가들의 연대를 촉구하며,
각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과 기량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팬데믹 시대에 필요로 하는 미래를 노래, 시, 그림, 연극 등을 통해
창조하고 그려나갈 것을 제안한다.

#nogoingback 운동에서는,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적 기량을 활용해,
이 세계를 작동하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고,
새로운 사회상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창조하고
사람들에게 미래를 상상하게 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자고 한다.

이익보다 사람과 지구를 우선했을 때 펼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다른 지역/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이야기

(두려움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이들을 거부하는 활동, 비디오 다큐 등),

지금의 결과를 만든 부당한 시스템을 고발하는 이야기 등

아래 사이트에 들어가면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예술가가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연대의 메시지와 목표들을 찾아볼 수 있다.


#nogoingback 사이트는 아래 링크 참고해주세요


https://backend.ccp.colab.coop/media/pdfs/CCP_Covid-19_3SCNaf1.pdf?fbclid=IwAR1sKNYldsGmOgXtVhr5VcQ9xlU8Zhh8z3iGyGTmI6eHDMHPpooDN9uACzI​​



전례없는 삶을 살아가겠지만
전례없는 삶을 살아가겠지만
우리는 계속 살아갈 것이고, 삶은 작동할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불안도가 높은 요즘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 수록 새롭게 나타날 사회의 형태와 문제에 집중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과 역량을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전례없는 이벤트 앞에서 언제까지
국가 또는 금융경제(또는 산업을 굴리는 모든 것)의 힘에만 의존할 수 없다.
이번 팬데믹 사태를 통해, 우리가 숭배해 온 또는 안전망이 되어줄 거라 믿어온
두 개의 지붕이 모래성 위에 쌓은 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초개인화, 초연결되고 있다.
물리적 삶은 멀어졌지만,
이럴 수록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서로 간에 무관심해지기 보다
작은 단위로라도 더욱 연대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줘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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